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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보호수, IoT로 스마트하게 관리”
서울 유일 ‘사물인터넷 활용한 보호수 관리’ 맡은 김세림 용산구 조경팀 주무관
등록 : 2023-04-20 15:20
용산구는 2019년부터 서울시 자치구에서 유일하게 사물인터넷으로 보호수를 관리한다. 김세림 용산구 공원녹지과 조경팀 주무관이 13일 용산꿈나무종합타운에 있는 비술나무 앞에서 보호수 관리 방법을 설명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센서가 들어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용산구에는 비술나무 2그루를 비롯해 은행나무 10그루, 느티나무 7그루 등 보호수 19그루가 있다. 2019년부터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하게 관리’한다. 2019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부터 모든 보호수로 확대했다. 서울 자치구 중 보호수를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곳은 용산구가 유일하다. 김 주무관은 올해 1월부터 보호수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2020년 2월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2021년 하반기부터 9개월가량 보호수 관리 업무를 잠시 맡아 했는데, 이번에 다시 맡게 됐다. “데이터 분석 업체에서 나무 상태를 알려주죠.” 김 주무관은 매일 민간기업에서 분석한 자료를 받는다. 월초에는 지난 한 달 동안 나무 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알려준다. 나무 상태에 따라 정상, 주의, 위험 3단계로 나뉜다. 3월에는 보호수 중 다수가 ‘건강한 상태’로 분석됐다. 하지만 은행나무(485년), 느티나무(557년)를 비롯해 9그루가 주의 단계였다. 이 중 8그루는 상태가 나아지고 있는 주의 단계지만 은행나무(485년)는 ‘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는’ 주의 단계였다. 김 주무관은 “주의나 위험 단계일 때는 병해충 방제, 영양 공급, 가지치기 등을 한다”며 “아직 위험 단계까지 간 보호수는 없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 시스템도 잘 작동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어요.” 김 주무관은 “갑자기 양호한 상태에서 위험한 상태가 되면 큰일이지만, 아직 그런 나무는 없다”고 했다. “보호수는 나이가 많아 주로 증산작용 부족이나 병충해를 입는 경우가 있죠.” 증산작용은 나뭇잎이 광합성을 하면서 기공으로 물을 증발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증산작용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뿌리에서 잎까지 수액 흐름도 좋지 않다. 김 주무관은 “증산작용이 부족하면 영양제를 공급하고, 너무 빠르면 수분이 부족해 시들기 때문에 가지치기 등으로 조절한다”고 했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역사나 학술 가치가 있는 노목, 거목, 희귀목 등으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한다. 국내에는 2021년 말 기준 1만3859그루가 있다. 서울시가 지정한 보호수는 204그루다. 느티나무 98그루, 은행나무 48그루, 회화나무 17그루, 향나무 18그루, 소나무 8그루 순으로 많다. 보호수로 지정된 비술나무는 전국에서도 드물다. 느릅나무과로 성장 환경이 좋으면 높이 20m, 둘레 2m까지 자란다. 주로 한국, 만주, 시베리아, 몽골에 분포하고 국내에서는 지리산 이북 평지에서 볼 수 있다. 김 주무관은 “두드러진 특징이 없는 비술나무는 보호수 지정이 흔하지 않다”며 “이곳 비술나무는 수령이 100년을 넘었다는 것 외 특별한 내력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용산구가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는 모두 수령 100년을 넘겼는데, 19그루 수령을 합치면 4000년이 넘는다. 이 중 서빙고로75가길 23에 있는 은행나무(높이 14m, 둘레 4.5m)는 수령 485년으로 1968년 7월 용산구 보호수 ‘1호’로 지정됐다. 효창원로8길 28에 있는 느티나무(높이 19m, 둘레 6.6m)는 수령 681년으로 가장 오래됐는데, 1972년 10월 용산구 보호수 2호로 지정됐다. “보호수라서 생육 상태를 잘 확인하고 유지해야 하는 게 제일 큰 부담이죠.” 김 주무관은 주 3회 보호수 상태를 확인하러 현장에 간다. 월말에는 모든 보호수를 둘러본다. 김 주무관은 “바람이 세게 불거나 폭설이 오는 등 기상이 좋지 않은 날에도 현장에 나간다”며 “이런 날에는 나뭇가지라도 부러졌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보호수라고 ‘좋은 대접’만 받는 것은 아니다. 도심 건물 주변에 있는 보호수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김 주무관은 “건물 수리를 할 때 보호수가 있어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가을에는 낙엽 양도 만만찮아 불편 민원이 들어온다”며, 이럴 때는 “주민을 설득하느라 애먹는다”고 했다. “이렇게 나이 많은 나무를 서울 시내에서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김 주무관은 “보호수는 불편하다고 베어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그늘과 예쁜 풍경을 만들어 주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고마운 생명체”라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