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부모는 부담 줄고 아이는 ‘양껏 한 끼’

노원구, 밥상 돌봄 ‘천원 아동식당’ 세 곳 4월부터 운영

등록 : 2023-04-20 15:37
지난 12일 오후 상계두산 융합형 아이휴센터의 아동식당에서 아이들이 노란색 식판에 음식을 담아와 저녁밥을 먹으려 하고 있다. 아이휴센터는 노원구의 초등 방과후 돌봄 시설로, 융합형 세 곳 아동식당에서는 돌봄 서비스를 받지 않는 일반 아동이 1천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상·중·하계 융합형 아이휴센터 식당

초등생 누구나 학기 저녁·방학 점심

영양 균형 맞춘 친환경 식재료 식사

7월 4호점, 28년까지 2곳 추가 오픈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천원 아침밥’처럼 ‘천원 아동식당’ 운영에 나선 자치구가 있다. 2020년 전국에서 처음 아동식당을 갖춘 초등 방과후 돌봄 ‘융합형 아이휴 센터’를 열고, 현재 3곳을 운영하는 노원구 이야기다. 구는 이달부터 아동식당의 일반 아동 이용료를 1천원으로 내렸다. 아동식당은 학기 땐 저녁(오후 5~6시), 방학 땐 점심을 제공한다. 센터의 정기돌봄이나 일시돌봄 서비스를 받지 않는 초등생도 이용할 수 있다. 정기돌봄 아동은 월 이용료 2만원에, 일시 돌봄 아동은 하루 이용료 2500원에 식비가 포함돼 있다.

지난 12일 오후 상계1동 상계두산아파트 관리동 2층에 있는 아이휴센터 아동식당의 저녁 식사 시간. 이날 식사한 40여 명 가운데 일반 아동으로 오서우(초6)군이 있었다. 오군은 4학년까지 돌봄서비스를 이용했고 지난해부터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원을 갔다가 저녁 먹으러 아동식당에 온다.

“친구나 동생들과 같이 먹어 좋아요.” 오군은 5학년 동생들과 섞여 앉아 이야기하며 밥을 먹었다. 이날 메뉴는 현미밥과 소고기미역국에 수제 닭강정, 메추리알 장조림, 참나물 무침, 배추김치, 딸기였다. 오군은 노란 식판에 담아 온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박금옥 센터장은 “같은 학교 친구나 동생들이 있어 혼자 밥 먹으러 와도 별로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용한다”고 했다.


조리사 한정희씨가 저학년 아이들의 배식을 도와주고 있다.

오군의 어머니 송성연씨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오군의 남동생(초3)은 센터의 정기돌봄을 이용하고, 여동생은 어린이집을 다닌다. 송씨는 “한창 커가는 아이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때에 친구들과 즐겁게 양껏 먹을 수 있어 좋았는데, 식대가 천원으로 내려 너무 좋다”고 했다.

송씨는 오군의 저녁 식대를 매달 사전에 결제한다. 3500원일 때는 7만원이었는데, 1천원으로 내린 이달엔 2만원을 냈다. 영양사가 다양하게 식단을 짜 아이들이 음식을 고루 먹는 점도 대만족이다. 송씨는 “아이들이 아동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식습관도 좋아졌다”며 “저녁을 제때에 먹으니 집에 와서 군것질도 덜 한다”고 했다.

상계두산 아이휴센터의 아동식당에는 영양사 1명과 2명의 조리사가 일한다. 이날 영양사 박은주씨는 배식 전에 식판 하나에 음식을 고루고루 담아놓았다. 저녁밥 샘플이다. 박씨는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먹을 수 있게 신선한 국내산 고기에 친환경 식재료로 최대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식단을 짠다”고 했다.

조리사 한정희씨는 음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돌본다. 얼마 전 봄을 맞아 동태전은 개나리 모양, 소시지는 벚꽃 모양으로 조리해 아이들 식판에 올렸다. 김치도 직접 담근다. 한씨는 “아이들이 먹는 거라 더 정성을 들여 조리한다”며 “김치 등 최대한 직접 만들려 하는데 4시간 근무라 시간이 부족해 늘 아쉽다”고 했다.

아이들의 식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센터는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참여해 시식하고 평가한 결과를 반영했고, 매달 아이들 대상 설문조사로 메뉴에 대한 의견을 반영한다. 아동 자치 회의에서 메뉴 추천도 받는다. 분기마다 특별식도 제공한다. 얼마 전에는 바닷가재 파티를 했다.

영양사 박은주씨가 담아놓은 저녁 식사 샘플.

김시현(초5)군은 식판 음식을 다 먹고 한번 더 담으면서 “김치가 제일 맛있다”며 엄지척을 날렸다. 정연우(초5)양과 유승은(초5)양은 “반찬이 맛있어 집에서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다”며 웃었다. 박금옥 센터장은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들이 여기서 잘 먹고 쑥쑥 크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이용 3일 전 전화 예약해야 하는 점, 방학 때 저녁을 제공하지 않는 점 등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미아 노원구 아동청소년과장은 “식재료 주문을 위해 3일 전 예약은 불가피하고, 방학 때 저녁 제공은 시간을 두고 여건을 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서우군처럼 한 달 단위로 사전 결제하면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노원구 아동식당 세 곳의 하루 이용자는 평균 약 150명이다. 일반 아동 이용자는 3~5% 정도다. 구는 이번 방학 때 이용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7월에 상계 3‧4동 구민체육센터 융합형 아이휴센터의 아동식당이 문을 열면 230여 명이 식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 과장은 “장기적으로 2026년(태릉공관), 2028년(광운대역사 채납부지) 두 곳이 더 생기면 6개 권역에서 밥상 돌봄이 필요한 약 350명이 식사할 수 있게 될 거라 예상한다”고 했다.

아동식당 이용자가 느는 만큼 예산 확대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한 끼 단가는 8천원으로, 시비 지원이 있는 돌봄 이용자와 달리 일반 아동의 지원 식대(7천원)는 전액 구비로 충당한다. 노원구는 7월까지 약 29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마련했고, 이후 필요하면 추경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동식당 한 곳당 이용자가 50명이 넘으면 집단급식으로 등록해야 하고, 영양사와 조리사를 3명씩 둬야 해 인건비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성장기 아이들의 식사만큼은 제대로 챙기고자 천원 아동식당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기대하며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