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의 서울&

보호자나 간병인 없어도 환자가 안심하는 병원

5년째 서울의료원 이끌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최초로 정착시킨 김민기 원장

등록 : 2016-11-17 15:34 수정 : 2016-11-18 14:11
서울의료원을 2012년부터 이끌어온 김민기 원장이 3년 연속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결과를 토대로, 시민의 요구에 더욱 귀 기울이는 대표 공공병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부모나 가족 중에 중증 환자가 생겼을 때,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가정문제가 간병이다. 정부는 이 사회적 난제를 풀기 위해 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건강보험화하고, 2018년부터 전국 대형병원에 이 서비스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정부에 앞서 먼저 한 병원이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지난해 메르스(중동기호흡증후군) 사태 때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환자안심병원’으로 먼저 유명해진 서울의료원이다. 서울의료원은 이 서비스 ‘개척’에 힘입어 병원 경영에서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5년째 병원을 이끄는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53)은 그동안의 모든 공을 직원들의 헌신과 주인의식에 돌렸다. 자신은 단지 “전우애를 나눴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20년 넘게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며 우리나라 공공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욕망’도 감추지 않았다.

- 서울의료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소개를 하면?

“주로 취약계층 의료를 전담하는 시립병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든 계층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종합병원이자, 서울시의 보건의료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화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산실이 서울의료원이라고 들었다.


“우리 병원이 해낸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다. 민간 병원이 못하는 일을 공공의료기관인 우리가 해내자는 마음으로, 인건비만 대주면 한번 시작해보겠다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보호자가 병실에서 밤을 새우며 환자를 돌보는 문화는 유교문화권에만 있는 관행이다. 이걸 일본이 1994년 처음 넘어섰다. 이후 우리 정부도 여러 차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도입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서울의료원이 처음으로 도입에 성공한 것이다.

- 민간 병원에서도 잘 정착이 될까?

“이 제도가 잘 정착되려면 (공공의료기관인) 우리처럼 사명감만 갖고는 어렵다. 간호 인력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물론, 시행 병원들의 경영에도 손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능력인데, 현재 흑자인 의료보험 재정에 정부의 의지만 굳세다면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 부임 당시 병원 경영이 몹시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병상이 600개가 넘는 대형병원인데 외래환자가 겨우 1000명 안팎이었다. 직원들 월급이나 제대로 줄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았다. 다른 민간 대형병원이 못하는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성공했다.”

- 그게 ‘환자안심병원’(간호·간병통합서비스)이었나?

“1년여의 준비 기간에 수십 번씩 회의를 하면서 우리 병원, 이거 안 하면 어렵다고 설득했다. 처음에는 다들 무슨 소린가 했고, 그만두는 직원들도 속출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기 일터를 살린다는 데 한마음이 되었다. 간호 인력은 스스로 역할 매뉴얼을 만들어냈고, 마침내 2013년부터 보호자나 간병인 없는 병동을 ‘환자안심병원’이란 이름으로 열 수 있었다. 저를 비롯한 병원 식구 모두가 그 과정에서 일종의 전우애 같은 동지의식이 생겼다.”

최근 끝난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진짜로 평가위원들이 ‘이런 병원은 처음입니다’ 그랬다. 빅5(서울 주요 5대 대형병원)보다 낫다고도 했다. 저 자신도 그런 평가에 놀라 직원평가회에서 진심으로 말했다. 이제 이 병원이 주인을 찾은 것 같다고. 공공병원의 가장 큰 문제가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우리 병원은 진짜 주인이 생겼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 병원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견학을 다녀간 병원이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00여 곳이 넘는다.”

-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서울의료원의 향후 과제라면?

“요즘 많이 받고 있고, 스스로도 던져보는 질문인데, 대답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크게는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 중이다. 하나는 성공한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어떻게 국민들과 함께하고 어떻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가이다. 두 번째는 병원을 키우는 데 고생한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의사든 간호사든 행정직원이든 누구든 오고 싶은 병원, 계속 일하고 싶은 병원이 되는 것이다.”

- 1994년 공공의료에 몸을 담아 병원장까지 이어왔는데 갈수록 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그로 인해 재임에 대한 필요성도 느꼈을 것 같다.

“평생을 바치고 정성을 기울인 곳이니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개인적인 욕심을 떠나 공공의로서 공공의료 발전에 미력하나마 기여하고 싶다. 서울의료원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만큼, 시정에 맞는 의료원이 되도록 이끌려고 한다. 내년이 우리 병원 40주년인데, 새로운 40년을 향한 비전이 있다. 전국 지자체마다 서울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하나씩 생겨나게 하는 모델이 되는 거다.”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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