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이름’ 외치는 이유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등록 : 2023-05-04 15:53

사회적 괴롭힘을 줄이고 더 건강한 사회가 되는 방법은 없을까?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 사건 등 잦은 유명인 ‘학폭’ 보도를 보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인 제니퍼 프레이저가 쓴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 펴냄)는 ‘괴롭힘의 패러다임’을 근절하는 방법으로 개인의 뇌건강과 사회의 건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괴롭힘의 패러다임’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의도적인 괴롭힘과 학대 행위는 물론, 무심코 저지른 괴롭힘과 학대 행위를 모두 일컫는 용어다. 괴롭힘의 패러다임은 피해자에게 ‘잘못은 너에게 있다’라는 메시지를 에둘러 보낸다. 그런 잘못된 신호는, 뇌스캔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의 뇌를 망가뜨린다.

더 큰 문제는 상처받은 뇌를 방치하면 그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처받은 뇌는 불안, 충동, 공격, 수면 장애, 우울증, 호흡 및 심장 문제 등 개인의 신체·정신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약물 남용과 각종 중독, 반사회적 행위나 범죄 행위에 대한 취약성도 높이게 된다. ‘망가진 뇌’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따라서 상처받은 뇌를 치유하는 것이 ‘괴롭힘의 패러다임’을 근절하는 데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출발점은 ‘가해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괴롭힘 사건을 가해자의 몫으로 남기고 과거의 상처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정신적·신체적으로 자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신경가소성’이다. ‘신경가소성’이란 우리 뇌가 재조직을 통해서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것을 가리킨다. 신경가소성의 핵심은 “같이 발화하는 세포는 같이 연결”되며, “뇌는 많이 하는 일을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과거의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생긴 왜곡된 사고, 거짓된 말을 ‘자기 자신의 말’로 바꿔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게을러” “너는 멍청해”와 같은 생각은 5분 동안 걸어보거나 재밌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봄으로써 조금씩 떨쳐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산소운동도 중요하다. 유산소운동은 세포 차원에서 생물학적인 영향을 끌어내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뇌의 잠재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