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통의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사회에서 상호작용하고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늘어났다.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는 이런 파편화된 초개인주의 사회에서 전통의 가치를 다시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새로운 것을 찾을수록 오히려 빈곤해지는 기분이 든다면, 잠시 전통을 찾아 상징과 믿음을 되새기고 공유하는 것이 도움될지 모른다.
서울대미술관과 ‘전통의 가치를 잇는’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협력한 전시다. 의식주를 기반으로 현대인의 삶의 단면을 포착한 현대미술작품 75점, 전통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면서 쓰임새 있는 공예품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한국 미술의 저력을 해외에서 인정받은 백남준, 서도호, 이수경, 양혜규, 김수자, 이성자 등을 비롯한 작가 50여 명의 작품에서 전통과 현대미술의 여러 면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첫째 주제 ‘오늘, 우주의 시’는 전통과 현대의 시간이 이어지고 중첩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김보민의 도시 산수화로 시작해 이인선의 기계자수, 은으로 만든 주병들을 지나면 텔레비전 안에 달과 토끼를 배치한 백남준의 <토끼와 달>(1988)이 등장한다. 다기와 함께 전시된 이성자, 김수자, 장욱진, 이종상, 하동성의 작품들이 시간을 뛰어넘은 삶의 보편성을 다룬다.
둘째 주제 ‘지속될 느낌’에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미의식, 변화하며 전승되는 의례를 포함한 전통이 다양한 면에서 다뤄졌다. 절과 제사 의례를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문영민의 회화, 이건민의 휴대용 제기 세트가 작자 미상의 소박한 실제 제사상인 ‘명재 윤증 기제사상’과 같은 공간에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전시장 중앙을 차지한 서도호의 한옥 문을 반투명한 실크천으로 만든 작품과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 연작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 주제 ‘기억하기 또는 살기’는 과거와 미래 정서를 오가며 이어지는 삶을 조선시대부터 근현대 사이 풍경과 사람을 담은 작품들로 보여준다. 서용선과 조덕현의 대형 작품은 시대와 공간, 계층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기억을 다룬다. 윤석남, 이인진, 권창남은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공예작품이 현대미술과 어우러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장소: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미술관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02-880-9504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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