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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몸매, 보람찬 소방관 모델

‘몸짱 소방관 2017년 달력’ 표지모델 정승수 서울 동작소방서 소방관

등록 : 2016-11-24 15:02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특별상을 받고, 화상 환자를 돕기 위해 만든 2017년도 희망나눔 달력 표지인물에 오른 동작소방서 정승수 소방관이 18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사진 앞에 서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키 185㎝, 몸무게 81㎏.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디디피)에서 개최된 ‘몸짱 소방관 사진 전시회'에서 만난 정승수(31) 소방관은 한눈에도 다부져 보였다. 평소의 소방관 차림이라 ‘몸짱'임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진 속 몸매가 상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정 소방관은 지난 5월 열린 ‘제5회 서울시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 출전해 4등에 해당하는 특별상을 받았다. 그 뒤 자연스럽게 ‘몸짱'으로 불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델'이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선발대회에 나갔던 동료 11명과 함께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최근 만든 2017년도 ‘몸짱 소방관 희망나눔 달력'(작은사진)에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모델이 아니라 표지모델이다.

두 번째 도전으로 표지모델

“(모델이라니) 쑥스럽죠. 그렇지만 자랑스럽기도 하네요.”

몸짱 소방관들이 헬멧과 방화복을 벗고 나오는 달력은 이번이 세 번째다. 사회 취약계층 화상환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2014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 ‘지에스 샵’(GS SHOP)에서 지난 10일부터 1만원에 팔고 있다. 내년 1월10일까지 살 수 있다. 2016년도 달력은, 1만3411부가 팔려 5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단우실업과 지에스샵이 기부한 2000만원씩을 더해, 모두 9500만원이 한림화상재단을 통해 23명의 화상환자에게 전달됐다.

“수익금을 화상환자 치료비로 사용하니 좋은 일이자 큰 보람이죠.”


소방관의 업무는 화상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화재와 전투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정 소방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는 서울 동작소방서 현장대응단의 구조대에서 일한다. 화재 현장에 사람이 갇혀 있는지 확인하고, 환자를 구출하는 업무다. 화염, 연기와 벌이는 싸움이다. 실제 상황에다 거짓 신고까지 더하면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출동한다. “방화복과 안전화, 화재용 장갑, 얼굴 전체에 쓰는 마스크가 달린 공기호흡기 세트, 헬멧, 방화두건이 기본 장비죠. 아, 현장에서 사람이 발견될 경우 코와 입에 씌우는 보조마스크가 있네요.”

이 보조마스크를 통해 소방관과 환자는 ‘연결’된다. 소방관은 자신의 마스크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기용기를 등에 달고 다니는데, 현장 환자에게도 보조마스크를 통해 이 산소가 공급된다. “통상 4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분량의 산소가 용기에 담겨 있어요. 저희들은 현장의 환자와 ‘공기를 나눠 마신다’고 말하죠.”

그는 2011년 소방관의 길에 들어섰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다 2학년 때 특전사로 입대한 뒤 제대를 하고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다. “특전사에서 4년쯤 복무했어요. 애초에는 직업군인을 꿈꿨는데, 인명을 지키고 남을 위해 일선에서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소방관을 지원했죠.” 부산 항만소방서 등을 거쳐 2년 전부터 동작소방서에서 근무 중이다. “아직 복학을 하지 않아 휴학생 신분이에요. 소방관이 된 이상 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의 학과로 편입을 생각 중입니다.”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 도전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처음 출전했지만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서울시 소방 공무원은 모두 68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올해 선발대회에는 28명이 참가했다. 시민들에게 강인하고 믿음직스러운 소방관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현장 소방관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체력을 유지·향상시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회가 열리고 있다.

“소방관의 체력은 현장 구조활동에 매우 중요한 몫을 하죠. 매일 필요한 일이 체력 단련인데, 기왕 할 바에야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6개월 정도 준비했습니다.” 정 소방관은 근무시간을 피해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에 3~4회 정도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몸을 다졌다고 한다. 달력용 사진은 지난 5월 일찌감치 서울소방학교, 반포수난구조대 등에서 찍었다. 유명 사진작가인 오중석씨가 재능기부로 촬영을 담당했고, 패션잡지 <엘르>가 디자인을 맡아줬다.

“좋은 일에 쓰이니 달력 많이 사세요”

겨울을 피부로 느끼는 11월 말이 되면 소방관들의 긴장감은 한층 커진다. 인명 피해가 큰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영등포 아파트 화재 현장에 지원 나갔는데, 심한 추위에 소화전과 소방호스가 얼고 공기호흡기마저 얼어붙었어요. 대처를 잘해서 큰 피해가 없었지만, 아찔했죠.”

달력 판매 수익금은 다음 달 23일 한림대 부속 한강성심병원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한림화상재단에 전달될 예정이다. 달력 표지모델로서 정 소방관이 시민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지난해부터 달력 판매가 부쩍 늘었더군요. 화상환자를 돕는 좋은 일에 쓰이니, 많은 구매 부탁합니다.” 참고로 지난 10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몸짱 소방관 달력은 2주 만에 7000부 가까이 팔렸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