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7시30분께 한강달빛야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달빛광장 일대.
40여 푸드트럭, 50여 판매부스 ‘인기’
뚜벅뚜벅 축제·유채꽃 축제 함께 개최
첫날 방문 인원 5만여 명…현장 ‘활기’
‘쓰레기 버릴 때도 줄’…분리배출 철저
‘최소 30분’…푸드트럭 앞 긴 대기줄
“줄 섞이면 혼돈, 관리 인력 필요” 목소리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기 지참” 당부
6월11일까지 매주 일요일에 열릴 예정
“아이들이랑 같이 바람 쐴 겸 축제 구경하러 왔습니다. 아주 즐거운 분위기네요.”(정재원·43)
주말 일요일인 14일 저녁 7시,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앞.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찾은 정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한강달빛야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열린 반포한강공원은 주말을 맞아 나들이 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강달빛야시장은 연간 300만 명이 방문할 만큼 인기 있는 행사였지만, 코로나19로 약 3년간 제대로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가을 재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 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매주 일요일(오후 4~9시) 반포한강공원에서 총 6차례 열릴 예정이다. 기자는 4년 만에 봄 개장을 맞은 행사 현장에 다녀왔다.
오후 4시쯤 현장에 도착한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엄청난 인파 행렬이었다.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지하보도 출구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공원에 인파가 몰린 장면을 찍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행사장 인근 건널목마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과 경찰이 차량 흐름을 통제하며 길을 안내했다.
서래섬 유채꽃밭에서 시민들이 각자 일행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반포한강공원에서는 야시장 행사를 비롯해 ‘차 없는 거리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5월7일~7월9일)와 ‘서래섬 유채꽃 축제’(12~21일)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유채꽃을 구경하고 잠수교를 지나 야시장으로 오는 시민이 많아 보였다. 기자도 줄지어 이동하는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서래섬으로 향했다. 10분을 걸어 섬에 들어서니 푸른 한강 앞에 펼쳐진 샛노란 유채 꽃밭이 시선을 끌었다. 가족·연인 등 함께 온 일행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방문한 윤하정(29)씨는 “인터넷으로 5월 축제를 찾다가 발견해서 오게 됐다”며 “사람이 많아서 사진은 아예 못 찍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찍었다”고 말했다. 윤씨의 남자친구 서인원(29)씨도 “꽃밭 사이사이로 들어가서 사진 찍을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좋았다. 나들이 나오니까 좋다”고 맞장구쳤다. 꽃 앞에서 연인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던 신수민(26)씨는 “서울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게 의외”라며 “다른 체험 프로그램이 적은 건 아쉽지만, 유채꽃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서래섬을 벗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보니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열창하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잠수교 쪽이었다. 잠수교에서는 뚜벅뚜벅 축제 일환으로 거리공연이 한창이었다. 잠수교는 축제 기간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북단부터 남단 달빛광장까지 1.1㎞ 구간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는 책 읽는 쉼터, 친환경을 주제로 한 플리마켓, 푸드트럭, 포토존 등이 마련됐다. 강아지를 안은 채 두 딸을 기다리던 윤수인(62)씨는 “오면서 유채꽃도 보고 예쁜 목걸이도 샀다. 거리공연도 봤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며 “이런 분위기를 차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줘서 좋다. 서울시가 잘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푸드트럭 앞에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야시장이 열리는 달빛광장 일대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겨레 <서울&> 취재 결과, 제일 혼잡한 시간대는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야시장 내 40여 대 푸드트럭과 50여곳 판매부스 모두 사람이 붐볐다. 특히 스테이크, 추로스, 탕후루 등 푸드트럭의 인기가 대단했다. 각 트럭 뒤편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겹겹이 쌓였다. 곳곳에서 “안 되겠다” “그냥 가자”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기자 앞에 있던 한 커플은 “기다려도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반포대교 무지개 분수를 구경하던 신정우(11)군은 방문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음식 먹으려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며 볼멘소리로 답했다. 옆에 있던 신군의 어머니 김은정(46)씨는 “지금 아이 아빠가 대신 줄 서고 있다. 30분 기다렸는데 아직도 못 먹었다”고 설명했다.
저녁 8시가 다가오자 재료 소진으로 장사를 마감하는 트럭이 생겨났다. 제주에서 온 강민지(25)씨와 우지연(24)씨는 초밥 트럭 마지막 순번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강씨는 “행사 첫날이 아니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앉을 데도 없고, 분수 쇼 보러 왔는데 여기 서 있다만 갈 거 같다. 다음에는 조금 일찍 와서 자리를 먼저 잡아야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보통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데, 그래도 줄을 서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강씨는 “여기까지 왔는데 오기가 생겨서 (기다리게 된다).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강씨가 잠시 인터뷰에 응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 뒤로 줄이 계속 늘어났다. 강씨와 우씨는 몇 번씩 “초밥 줄은 이제 마감됐다”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시민들이 현장 요원 앞에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행사 종료 뒤 논란이 됐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일부 개선된 모습이었다. 행사장에는 쓰레기통 위치를 알리는 노란 현수막이 크게 설치돼 있었고, 행사장을 포함해 인근 쓰레기통마다 분리배출을 돕는 요원이 배치돼 있었다. 행사 종료 뒤에는 추가인력을 배치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시민들도 안내에 따라 쓰레기를 잘 분리해서 버리는 것 같았다. 달빛광장 근처에서 분리배출을 돕던 나이 지긋한 현장 요원은 “요즘은 다들 굉장히 잘 따라준다. 시민 의식이 옛날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이 좋아졌다”며 “간혹 분리 안 하고 갖고 오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럼 우리가 하나씩 열어보고 골라낸다”고 말했다.
행사장 안쪽 두 군데 쓰레기장에는 푸드트럭 대기 줄만큼이나 긴 줄이 이어졌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줄 서 있던 박은비(29)씨는 “쓰레기통 앞에 요원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누군가 보고 있지 않으면 대충 막 버리는데, 사람이 지키고 있으니까 하나하나 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이어 “쓰레기장도 깔끔하게 유지돼서 관리하기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불편했던 점에 대해서는 “푸드트럭 줄이 너무 긴데 옆에서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줄이 중간에 섞여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줄 관리 인력이 있으면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고 잘 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4일 밤 9시께 시민들이 반포대교 무지개 분수 쇼를 구경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행사 첫날이었던 5월7일 방문객 수는 5만5천 명 정도다. 14일은 화창한 날씨 덕에 조금 더 많은 인원이 방문했을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한다(17일 기준). 서울시 소상공인지원팀 송휘영 주무관은 18일 <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말에는 강남이 많이 혼잡하니 대중교통 이용을 부탁드리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를 지참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시민 여러분도 귀가할 때 인파가 몰린다면 조금 천천히 이동해달라”고 당부했다.
일상 회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한강달빛야시장. 이곳에서 많은 시민이 제각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눈앞의 무지개 분수부터 저 멀리 남산타워까지. 멋진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달빛광장에서 활기찬 한강의 봄밤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이화랑 객원기자 hwara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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