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을 잘 이어붙이면 우주까지 확장할 수 있어요.” 일정한 형태나 양식, 무늬를 뜻하는 ‘패턴’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성이다. 물건이나 공간에 패턴이 더해지면 본연의 느낌은 사라지고 다른 제품처럼 느껴진다. 패턴일러스트레이터인 이요안나씨는 자신의 그림을 반복하고 균형 있게 이어 붙이는 과정을 통해 새로움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중앙대에서 공연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박물관과 테마파크 등에서 공간디자인을 해왔다. 이후 ‘내 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21년 ‘패터니스튜디오’(patternystudio.com)를 창업한 뒤 본격적인 패턴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러스트’가 책 표지, 내지 삽화 등을 그린다면 ‘패턴’은 옷을 만드는 원단이나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벽지, 지류, 상품의 포장 등 전반을 다뤄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패턴일러스트레이터’의 활동 범위는 모든 영역에 가깝다. 그녀는 주로 꽃과 동물을 그리는데, 인테리어의 주요 소재인 벽지에 쓰이기도 하고 의류의 원단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화장품 패키지에 패턴을 그려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도 했다. 영화 <타짜2>와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등의 작품에 참여할 땐 카지노와 호텔에 걸려 있는 그림과 벽지에 패턴 일러스트를 더해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금천구 가산동 작업실에서 시흥동 집까지 도보로 출퇴근하는 요안나씨에게 일상의 풍경 역시 작업을 위한 좋은 소재다. 녹슬거나 반짝이는 질감 표현을 위해 지역의 건물을 사진으로 찍어 수집한다는 그녀는 “건물마다 담고 있는 시간의 층위가 다른데 금천에는 이런 건물이 많아서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작업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작은 그림이 반복을 거쳐 하나의 패턴을 이루기에 이어 붙인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워야 한다. 요안나씨는 단순한 모양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전체 구조를 이루는 자연의 프랙털 현상이야말로 패턴 그 자체라고 말한다.
“나뭇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나뭇잎이 있고, 화려함의 상징인 공작새의 깃털도 확대해서 보면 그 안에 공작의 무늬가 있어요. 패턴은 우리 일상 어디에나 있어요.”
홍지형 금천문화재단 정책실 주임
사진 이요안나 패턴일러스트레이터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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