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만든 3차원 버튜버 ‘새로미’.
담당 주무관이 직접 3D 캐릭터 만들어
애니메이션 활용해 젊은층 반응 좋아
서울 자치구 유튜브 채널 조회수 3위
“재밌고 자유분방한 콘텐츠 만들 것”
“‘썰미’님 공무원 왜 하려고 해요. 직장이 있잖아요.”(새로미)
“직장~, 아이 짜증 나요. 일은 힘들고요, 사수(선배)도 무서운데, 팀장도 ×××라서요.”(썰미)
버튜버 ‘새로미’와 ‘썰미’가 지난달 11일 공무원과 사회 초년생으로 만나 유튜브 합동방송(합방)을 했다. 공무원을 부러워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썰미와 공무원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만류하는 새로미의 대화를 담았다. 썰미는 공무원의 ‘칼퇴’(정시 퇴근), 정년 보장, 공무원 연금 등을 부러워하지만, 새로미는 공무원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초과근무수당을 하루 4시간만 인정받고, 주말 행사에도 시도 때도 없이 불려 나가는 등 겉으로 알고 있는 공무원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고 알려준다.
버튜버는 ‘버츄얼 유튜버’(Virtual Youtuber)를 줄인 말이다. 카메라나 특수장비를 활용해 실제 방송인의 행동이나 표정을 영상에서 대신 표현하는 가상 캐릭터를 말한다. 전국 최초 ‘공무원 버튜버’인 새로미는 강서구에서 만든 3차원(3D) 캐릭터로 구정 홍보를 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로미와 구인·구직 전문 플랫폼 사람인이 만든 버튜버 썰미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합방 성과는 예상과 달리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 합방으로 강서구 유튜브 채널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기대만큼 조회수가 높지 않았다.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버튜버 합방도 같은 맥락이죠.” 25일 강서구 내발산동 강서구민회관 영상 스튜디오에서 만난 새로미는 “조회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한 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현실에서 실제 인물이 손을 움직이면 가상 캐릭터 새로미도 손을 움직인다.
영상으로 보는 새로미는 중성적인 외모에 변조한 목소리로 성별이나 나이 구분이 어렵다. 이날 촬영장에서 만난 새로미의 현실 인물은 2021년에 강서구 공무원이 된 엠제트(MZ)세대로 ‘추측’할 정도다. 새로미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해야 해서 현실 세계의 모습을 비밀에 부쳐달라고 요청했다. 버추얼 유튜버 세계에서는 가상인물의 현실 세계 모습을 알려고 하는 건 ‘금기’란다.
공무원 버튜버 새로미는 지난 2월21일 하루 만에 조회수 14만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첫 방송에서 버튜버 탄생 배경과 강서구 정보를 쉽고 재밌게 알렸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나, 재미없고 딱딱한 내용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자연히 구독자는 적고 조회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자체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유튜브 방송 하루 만에 10만이 넘는 조회수는 이런 비판과 부정 인식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동영상 하나 만들어도 조회수 100회를 넘기기 힘들었어요. 500회면 대박 난 것이고, 1천 회 넘기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죠.” 새로미는 “꿈에도 상상하기 힘든 조회수가 나와 무척 흥분했었다”며 “연예인이나 셀럽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강서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튜브 구독자나 조회수가 6위쯤 됐다. 버튜버 새로미가 첫 방송을 한 뒤로는 3위로 뛰어올랐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좋아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반응이 좋다. 지금은 편당 조회수가 1만 회 가까이 나온다. 몇 백에 불과했던 이전 조회수에 비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솔직 담백한 새로미 모습에 힘입어 강서구 공식 유튜브 채널 아이강서 구독자도 1만6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새로미는 이번 합방을 포함해 모두 6편의 영상을 아이강서 내 ‘브이록스' 코너에 올렸다. 한 달 전 등록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패러디한 영상 ‘새로미의 문단속’으로 부동산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지자체의 행정도 소개했다.
새로미 영상을 제작하는 강서구 뉴미디어지원센터.
“아이강서 구독자와 조회수를 어떻게 늘릴까 고민하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버추얼 유튜버와 구정 홍보를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새로미는 구정 홍보를 맡은 담당 공무원이 직접 캐릭터를 만들었다. 비용을 아껴야해서 무료 프로그램을 활용해 삼차원 캐릭터와 영상을 제작했다. 매번 기획, 촬영, 편집, 영상 등록까지 혼자 도맡아 한다. “아무래도 유명인이 나오면 화제도 되고 얘깃거리도 되죠.” 새로미는 “지금까지 예산 없이 혼자 만들다보니 힘들었다”며 “이번 합방처럼 외부 출연자와 함께 방송할 경우 출연료라든지 인력 지원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강서구가 전국 최초로 공무원 버튜버를 만들어 방송할 수 있었던 데는 ‘전권 위임’과 자율성을 부여받은 게 컸다. 새로미는 “누구나 아이디를 내면 구청장을 포함해 주위에서 간섭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런 분위기가 새로미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을 정도로 재밌으면 구정 홍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강서구는 앞으로 새로미를 앞세워 서울시 자치구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나 조회수 1위를 하는 게 목표다. 박천욱 강서구 홍보정책과 뉴미디어센터장은 “단순하게 구정을 홍보하는 것보다 공무원의 한계를 탈피해 자유분방한 콘텐츠, 재밌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며 “앞으로 계속 젊은 세대의 구정 참여를 높여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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