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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김장에 팔 걷어붙인 현대건설 노조원들

현대건설 노조 1998년부터 지역사회 기부 활동…종로구 사랑나눔 1사1동 운동으로 기업도 주민으로

등록 : 2016-12-01 13:18
임동진 현대건설 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28일 낮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에서 가회동 복지협의체 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지역사회 주민들만의 일은 아니다. 기업들도 당당한 ‘기업 시민’으로서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 어려운 이웃 돕기 김치 담그기 행사에 현대건설 노동조합(이하 노조)도 함께했다. 배추에 속을 채우는 주민들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김장을 거드는 현대건설 노조원들은 가회동 주민은 아니지만, 회사가 자리 잡은 마을의 주민들을 돕기 위해 함께 나섰다.

어려운 이웃 돕기 김장배추 등 지원

지난달 15일 가회동 마을회의에 현대건설 노조원들도 참석했다. 이웃 돕기 김장을 하자는 결정이 나자,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 위원장은 “배추가 필요합니까? 김치 담글 사람은 더 필요 없습니까? 우리 조합이 무엇을 더 도와드릴까요?”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노조는 회사에 건의해, 현대건설이 김장 재료를 기부하고 임직원이 김치 담그기에 일손을 보태기로 결정했다.

현대건설 노조와 가회동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사회 기부로 시작한 인연이 지난해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마을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까지 발전했다. 마을에 필요한 것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 노조는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 확인하고, 회사와 상의해 그것을 기부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올해와 내년에 종로구 다문화 가정 모국 방문을 위해 한 가정당 1000만원씩 기부하기로 한 것도 노동조합이 제안해서 성사된 일이다.

종로구는 지역사회에 기업과 단체의 기부가 더 늘어나도록 기업과 마을을 연결하는 ‘사랑나눔 1사1동’(이하 1사1동) 사업을 2011년부터 해왔다. “2010년 민선 5기 종로구청장에 당선되고 보니 현대건설이 가회동 마을주민들을 돕고 있더군요. 지역사회를 기업이 돕는 일은 좋은 일이잖아요. 더 널리 퍼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구청 직원들과 함께 종로구에 있는 기업들을 설득해, 지난달까지 총 16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1사1동 참여 기업들은 해마다 2억여원에 이르는 성금과 물품 등을 종로구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몇 년 전 마을의 무너진 집 등을 현대건설에서 무료로 수리해주는 걸 보니 마을기업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는 가회동 주민 이선미(47)씨의 말처럼, 기부를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기부금뿐 아니라 기업의 상품과 기업 역량을 활용한 기부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청운·효자동과 결연한 하나투어는 쉽게 여행에 나서기 어려운 한부모 가정에 타이 푸껫과 중국 장가계 등의 해외여행을 지원했다. 재능교육은 어려운 형편의 어린이들 교육을 위해 재능교육 선생님을 파견해 공부를 도왔고, 교보생명은 지난해 겨울 임직원들이 털실로 목도리를 짜 지역 어르신들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청운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해준 ‘외교관이 들려주는 생생한 세계 역사·문화 이야기'도 엘지서브원 직원들의 통역 봉사로 이뤄질 수 있었다.

작은 가게들도 이웃 돕기 발 벗고 나서


종로구의 음식점과 주점 등 지역의 소상공인들도 하루 동안 번 돈을 기부하는 ‘딱! 하루 매출 기부 운동’에 2010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사업주는 하루 매출로, 가게 직원들은 서비스로, 고객은 소비로 저마다의 영역에서 쉽게 참여하는 기부 운동이다. 북촌에 있는 카페 ‘북스쿡스’ 정영순 대표는 직접 요리를 배워 달마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퓨전요리를 대접하고 있다.

박현숙 종로구 희망복지지원팀장은 “도움을 받은 한 장애인 어르신이 기술을 살려 한옥 수리 돕기에 나서고 있다. 기부는 부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많은 주민과 기업이 기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했다. 1사1동 등 기부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종로구 복지지원과(02-2148-2511)로 문의하면 된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