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이지?”
사람들이 무기력에 빠졌을 때 보통 자책하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브릿 프랭크는 저서 <무기력의 심리학>(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펴냄)에서 “그렇게 말하는 순간 무기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브릿 프랭크는 대신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진짜 무기력의 원인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담이 담긴 해법이다. 브릿 프랭크는 20대의 대부분을 마약성 진통제, 단것, 관계 중독, 자기 부정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렸다. 한때 컬트 종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참석한 심리상담 모임에서 만난 상담가의 한마디에 힘을 얻게 됐다고 한다. 상담가의 말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였다.
대학으로 돌아간 그녀는 심리학을 보다 깊게 공부하면서 가장 끔찍한 정신질환도 내밀히 살펴보면 질환이 아니라 신체가 작용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을 옥죄던 불안의 실체를 이해하자 병원에서 그녀에게 내렸던 우울증 등을 모두 극복하게 된다.
이후 저자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다양한 내담자를 만났고, 거기서도 한 가지를 발견한다. 그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졌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감, 무기력, 중독의 원인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신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부족으로 돌리고, 결핍된 부분을 타인과의 관계나 음식, 약물 등으로 채우려 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믿고 무기력을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로 받아들여야 삶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선 무기력의 에너지가 되는 불안감을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를 알려주는 ‘경고등’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불안감은 자신의 내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외부적인 위협을 알려주는 신호등이며 이를 제대로 인지하면 무기력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무기력에서 벗어날 실마리인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커리어, 사회생활, 가족, 돈, 자녀 교육, 취미, 건강 등 관심 사항을 죽 적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움직이기 쉬운 것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탈출의 출발점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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