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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서 원하는 직무 경험”…도봉형 청년 인턴십의 새 실험

도봉구, 올해 공공기관·기업 ‘실무형 청년 인턴십’ 첫 운영
6개월 생활임금 100% 지원…일자리 진입 발판 되길 기대

등록 : 2023-06-15 14:50 수정 : 2023-06-19 10:41
“구직 청년에게 ‘비타민·황금열쇠·화분·잭팟’ 같은 역할 이어갈 것”

공공기관 5명, 지역 기업 2명 선발해

‘행정업무 경험-채용 연계’에 중점 둬

선발인원과 근무기간 등 늘려갈 계획

도봉구가 지역 구직 청년들이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일 경험을 할 수 있는 실무형 인턴십을 올해 처음 시행한다. 공공기관은 관심 있는 행정업무 경험, 기업은 취업 연계에 중점을 두고 6개월의 인건비 100%를 지원한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5명, 기업에서 2명이 인턴으로 참여하고 있다. 5월30일 <서울&>이 근무지에서 만난 청년인턴 4명은 집 가까이서 원하는 직무를 경험하는 데 만족해했다. 기업 ‘디자인에 빠지다’의 인턴 손승현(오른쪽)씨가 김영훈 대표와 제품 촬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어 만족해요.”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유현호(23)씨는 지난 5월부터 비트썸원에서 도봉구의 기업 실무형 청년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비트썸원은 ‘서울창업허브 창동’ 1호 입주기업이다. 5월31일 서울창업허브 창동에서 만난 유씨는 밝은 표정으로 인턴십 참여 소감을 말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2월 졸업 뒤 프론트엔드(웹 사이트에서 눈에 보이는 부분 프로그래밍) 개발직으로 구직에 나섰다. 네 차례 이력서를 넣었으나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경력이 있는 직원을 원하는 취업시장에서 막 사회에 뛰어든 초년생이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 초조해하던 그는 도봉구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기회를 얻었다. 유씨는 현재 비트썸원에서 지난 3월 상용화한 음악 협업툴 ‘바이비츠’의 개발과 운영 일을 한다. 컴퓨터음악(미디) 작곡이 취미인 유씨는 “경력이 없는 취업준비생에게 청년 인턴십이 자신감과 의욕을 불어넣어 주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모두의학교 도봉배움터의 인턴 이다원씨가 강의실에서 미디어 기기 작동을 점검하고 있다.

도봉구가 올해 처음으로 지역 청년의 일 경험을 위한 실무형 인턴십 사업을 추진한다. 구는 적극적인 청년 정책을 펼치기 위해 지난 1월 전담 부서 ‘청년미래과’를 신설하고, ‘제2차 도봉구 청년 정책 기본계획’도 세웠다. 앞서 지난해 지역 청년 대상 설문조사와 심층 좌담회에서 가장 큰 요구사항이 일자리인 것을 확인했다. 구는 ‘난제’인 청년 취업난의 작은 실마리를 찾아 하나씩 풀어가기 위해 일자리 진입 발판이 될 수 있는 인턴십 사업 진행에 나섰다. 서울 구청장 가운데 가장 젊은 오언석 도봉구청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실무형 인턴십은 공공기관과 기업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구는 참여 청년에게 6개월 동안 올해 도봉구 생활임금 기준으로 급여(세전 월 233만원) 100%를 지원한다. 이남숙 청년미래과 팀장은 “중앙정부나 서울시, 다른 자치구의 인턴십에 견줘 기간은 길고 인건비도 전액 지원으로 좋은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인턴 5명은 4월부터 근무했다. 도봉구는 인턴십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참여 기관 5곳(도봉푸드뱅크마켓센터, 도봉문화원, 도봉구시설 관리공단,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담소재, 모두의학교 도봉배움터)을 정했다. 이 팀장은 “기관 담당자를 면접 인터뷰에 참여시켜 청년 인턴이 단순 지원 업무가 아닌 관심 있는 행정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 공공기관 인턴 지원자가 꽤 많았다. 경쟁률이 4.6 대 1 정도였다. 구는 서류 심사에서는 자기소개서와 더불어 주민등록 기간, 자격증 보유, 미취업 기간 등을 고려했다. 면접 심사에서는 취업 의지, 계획, 마음가짐, 태도 등에 비중을 뒀다.

기업 인턴은 올해 목표 3명 가운데 2명이 뽑혀 5월 일을 시작했다. 기업이 직접 참여 청년을 뽑았고 구가 최종 심사해 확정했다. 이 팀장은 “나머지 1명은 구 발주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정해지면 뽑을 계획”이라며 “참여 기업은 담당 주무관이 직접 방문해 근무환경과 인턴십이 끝난 뒤 채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참여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가능한 한 청년들이 관심 있는 직무를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쌍문동 주민 커뮤니티 공간 ‘담소재’의 인턴 김예지(26)씨는 공간 운영을 지원하며 주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운영을 돕는 일을 한다. 그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지난해 8월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왔던 졸업을 했다. 몇 군데 지원서를 냈지만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구청 누리집에서 청년 인턴십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김씨는 도봉구에서 한 살 때부터 살고, 대학도 다녔다. 부모와 친척들이 구청 사업과 행사에 관심이 많아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김씨는 “좋아하는 디자인 작업과 글쓰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중이었다”며 “이번 인턴십이 ‘황금열쇠’처럼 앞으로 이력서에 쓸 경력이 될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의 이세인 대리는 “도봉에서 오래 살아 지역과 주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좋다”고 했다.

기업 ‘비트썸원’의 인턴 유현호(오른쪽)씨가 손상윤 이사와 음악가 협업툴 ‘바이비츠’ 서비스 화면을 보며 얘기하고 있다.

이다원(25)씨는 모두의학교 도봉배움터의 인턴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이씨는 지난해 식품업체 두 곳에서 인턴을 했다. 체험형은 3개월, 채용연계형은 근무 조건과 급여 등이 애초 들었던 것과 달라 4개월만 했다. 두 곳 모두 강남에 있어 출퇴근에 매일 3시간 넘게 걸렸다. 이씨는 “(모두의학교가) 따릉이로 15분 거리라 출퇴근 피로감이 없어 너무 행복하다”며 “도봉구 인턴십이 ‘잭팟’처럼 좋은 일이 줄줄이 이어지게 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미디어 기기 사용과 공간 운영 등의 관리, 교육 진행을 보조하는 일을 한다. 기기에 대한 것과 강사와 수강생을 대하는 태도 등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있다. 이씨는 해보고 싶었던 영상 제작과 편집 기회도 있을 거라 기대했다. 강유라 도봉배움터 주무관은 “교육과 프로그램에 대한 전화나 방문 문의가 많은데 적극적으로 응대해줘, 벌써 어르신 수강생들이 인턴 선생님을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손승현(28)씨는 지역 기업 ‘디자인에 빠지다’에서 인턴을 한다. 제품과 모델 촬영을 보조하는 일이다. 그는 2020년 대학 졸업 뒤 무기계약직으로 일했던 카페가 폐업하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취미인 사진 찍기와 활용도가 넓어 관심을 가진 디자인 쪽으로 구직 방향을 잡았다. 50여 곳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알아보러 서울시 누리집에 들어갔다가 도봉구 청년 인턴십 사업을 알게 돼 지원했다.

손씨는 “직무가 원하던 일이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실무형 인턴십이 성장을 도와주는 ‘화분’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에 빠지다 김영훈 대표는 “딱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열심히 해줘 고맙다”며 “기업과 청년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한 사람당 지원액을 좀 낮추더라도 인턴 수를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5월18일 도봉구청 위당홀에서 열린 ‘공공기관·기업 실무형 청년 인턴십 참여자 간담회’에서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참여자들의 소감과 실효성 있는 사업 운영을 위한 의견을 듣고 있다. 도봉구 제공

도봉형 청년 인턴십에 대한 반응은 좋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구는 인턴 근무를 마친 뒤 진행되는 취업 컨설팅에도 신경을 쓴다. 김예지씨는 “단기적인 인턴십과 한두 번의 컨설팅으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잘 관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남숙 팀장은 “청년들이 비유한 비타민, 황금열쇠, 화분, 잭팟같은 역할을 이어갈 수 있게 잘 다져나가려 한다”고 했다.

도봉구는 간담회와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반영해 사업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5월18일 도봉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언석 구청장은 “여러 말씀을 들어보니, 청년인턴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구는 내년에는 실무형 인턴 기간을 10개월로, 공공기관 인턴 채용 인원 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도봉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인턴십 사업도 추진한다. 지역 청년의 해외 일자리 매칭을 돕고 출국을 위한 교육과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서류 심사 통과자 대상 설명회 뒤 면접 심사를 거쳐 지난 8일 5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12~18개월 일자리 경험을 할 예정이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