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새로운 것 배워서 하루하루가 설레었어요”

성북구의 첫 ‘단기근무 말레이 공무원’…보니 아낙 에디·모하메드 주파들리 빈 부르한

등록 : 2023-06-15 15:01 수정 : 2023-06-15 16:43
지난 2일 성북구 첫 ‘단기근무 말레이시아 공무원’ 보니 아낙 에디(왼쪽)씨와 모하메드 주파들리 빈 부르한씨가 29일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성북구청 앞에서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우호도시 직원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

29일 동안 부동산·문화 부서 근무와

벤치마킹 활동하며 밤 1시까지 기록

“CCTV, 50플러스 정책 본국 적용”

“성북구는 정말 오섬(awesome)해요.”

지난 2일 오후 성북구청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만난 보니 아낙 에디(43)씨와 모하메드 주파들리 빈 부르한(36)씨가 단기 파견근무를 한 성북구에 대해 ‘멋지다’고 말하며 엄지를 세웠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서쪽에 위치한 프탈링자야(Petaling Jaya)시 공무원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은 성북구에서 지난 5월8일부터 6월5일까지 29일 동안 근무했다. 프탈링자야시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인구 63만 명의 공업도시다. 시는 공무원들이 선진 행정을 배우도록 지난해 12명을 뽑아 지난 5월 자매·우호도시로 보냈다. 성북구도 그 가운데 한 곳이다.

첫 2주 동안 보니씨와 모하메드씨는 성북구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으며 도서관, 50플러스센터 등을 찾아가 둘러봤다. 둘 다 첫 한국 방문이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교통카드를 충전하며 버스와 지하철로 다녔다. 곳곳에 시시티브이(CCTV)가 있어 안전하다는 느낌과 성북천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나머지 2주 동안은 성북구의 연관 부서에서 근무했다. 15년째 박물관팀에서 도서관, 어린이집 등 관리업무를 한 보니씨는 성북문화재단에서, 12년째 자산평가과에서 부동산 가치 평가와 세금 부과 업무를 한 모하메드씨는 부동산정보과에서 일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순환보직제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공무원 대부분이 한 업무를 오랫동안 이어간다. 보니씨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며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하루하루가 설레는 날들이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매일의 활동을 스프링 노트에 손글씨로 꼼꼼하게 기록했다. ‘새로운 것’ ‘상세 일정’ ‘만난 사람’ 등을 적고 중요한 사항에는 별표도 하고 빨간 줄을 그어놓기도 했다. 매일 성북구 담당 공무원의 도장도 받았다. 모하메드씨는 “거의 매일 새벽 1시까지 정리했다”며 “소중한 기회라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보니씨는 가장 인상적인 방문지로 오동숲속도서관과 삼양로 청년창업거리를 꼽았다. 그는 오동숲속도서관의 아름다운 자태에 가슴이 뛰었고, 삼양로 거리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공간을 변화시킨 점에 크게 감명받았다. 그는 “불법유해업소가 있는 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청년창업 거리의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어 의미가 커 보인다”고 했다.

단기근무 활동 기록 노트. 성북구 제공

모하메드씨는 성북50플러스센터에서 시니어들이 모델 기초 수업을 받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시니어들을 보호나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신선했다”며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해 한 번 더 놀랐다”고 했다.

귀국해 꼭 접목해보고 싶은 정책으로 보니씨는 도서관·극장 등의 복합공간에 시시티브이·에스오에스(SOS) 버튼 설치 등으로 안전한 환경 등을 조성한 것을 꼽았다. 누구나 쉽게 재활용 분리배출을 할 수 있게 휴지통에 배출 품목을 그림으로 표시해놓은 것도 도입을 검토해볼 계획이다. 보니씨는 “시시티브이 설치는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꼭 추진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하메드씨는 공원 등 시민 휴식 공간과 50플러스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도시는 성북구보다 1.4배나 넓지만 주민 공간은 거의 없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도록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며 “50플러스 정책도 접목할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파견 때 주위에서 적응을 걱정했던 ‘빨리빨리 문화’도 배워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보니씨는 “역동적으로 느껴져, 한국의 성장동력이라고 여겨졌다”며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에게 오히려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벌써 ‘빨리빨리’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돌아가면 팀원들과 벤치마킹 정책을 ‘빨리빨리’ 추진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하메드씨도 “다른 지역 파견 동료들과 활동 성과를 나누는 것부터 빨리 하고 싶다”며 “성북구가 가장 벤치마킹할 게 많은 곳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두 사람이 한국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한국말의 아름다움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보니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말레이시아와 달리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 한국어의 리듬이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줘 그 자체가 ‘아트’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다”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니씨와 모하메드씨는 “이번 단기근무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배웠다”고 입 모아 말했다. 특히 성북구 재난안전상황실을 둘러보고 다양한 행정 서비스와 기술적 진보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성북구청과 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