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직면’해야 할 이유

도파민네이션’

등록 : 2023-06-15 16:25

“쾌락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울감도 높아진다.”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가 쓴 <도파민네이션>(흐름출판)이 강조하는 메시지다. <도파민네이션>은 지난해 3월 출간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6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통계에서는 여덟 계단이나 뛰어올라 종합 12위를 기록했다. 모두 쾌락의 위험성을 강조한 <도파민네이션>의 경고에 우리 사회가 계속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사실 1957년 발견된 도파민은 ‘꿈의 신경전달물질’로 인식돼왔다. 뇌의 시상 하부에 의해 분비되는 도파민은 주로 행복감이나 만족감, 혹은 즐거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파킨슨병을 앓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이 도파민을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중독성 물질, 음식, 도박, 쇼핑, 게임,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모든 것이 도파민 생성을 자극한다. 우리는 이렇게 도파민,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한 탐닉의 사회, ‘도파민네이션’에 살고 있는 것이다.

도파민네이션은 행복한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더 큰 불행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 뇌가 쾌락과 고통의 저울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고통이나 쾌락의 어느 한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쾌락을 추구할수록 고통 또한 더 커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이 넘으면 마약, 알코올, 포르노 등 어떤 강력한 자극을 주어도 뇌는 더 이상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통계가 증명한다. 이렇게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쾌락 요소가 즐비한데도 1990년과 2017년 사이 전세계에서 새로 나타난 우울증 사례 수는 50% 증가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일수록 더 심하다. 현재 미국인 10% 이상이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저자는 “진실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통을 직면하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중독성 있는 대상과 행동은 우리에게 잠시 휴식이 되지만 길게 보면 우리의 문제를 키운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망각의 길을 찾는 대신 세상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을 제안한다. 그 세상은 디지털에 의해 확대되는 도파민의 세계가 아니라 사람과 접촉하고 자연과 만나면서 생성되는 그런 도파민의 세계일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