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보건소가 지난 5월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 방문 서비스를 이용한 첫아기 출산 산모들을 대상으로 용두문화복지센터에서 엄마모임 상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5월30일 5회차 마지막 수업 뒤 보편 방문반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 임산부·영유아 방문 관리’ 받은
4~5개월 아기와 엄마 20쌍 참여해
주 1회 5번, 맞춤형 교육·경험 공유
외출 자신감 붙고, ‘육아 동지’ 생겨
‘아가야, 너를 너무 사랑해~.’
엄마 9명이 백일을 갓 넘긴 생후 4~5개월의 아기와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듯 동화책 구절을 읽어준다.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엄마들의 눈빛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아기 팔과 다리를 마사지해주기도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5월30일 오후 동대문구 용두문화복지센터 3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상반기 ‘첫아기 출산 산모 엄마모임’ 보편 방문반의 마지막 수업 모습이다.
간호사인 강신주 강사가 책 읽기 활동이 어땠느냐고 묻자 참여자들은 “재미있다”고 입 모아 답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얘기도 나눴다. “혼자 아기를 돌보느라 힘들다는 생각에 책 읽어주기는 엄두도 못 내고 그저 막막해했다”고 솔이 엄마가 얘기하자 강사는 “아기와 눈 맞추고 얘기해주는 게 책 읽어주기”라며 “평소 기저귀 갈면서 목욕 뒤 보습 크림 발라주며 틈틈이 주절주절 얘기해주면 된다”고 알려줬다. “아기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지환 엄마의 고민에는 “아기에게 사랑을 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엄마모임은 동대문구 보건소의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의 임산부·영유아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인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은 2013년 강동·강북·동작구에서 시작해 2020년부터는 모든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다.
전문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가정을 찾아가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살피고 모유 수유, 아기 돌보기, 산후 우울 등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도와준다. 1회 보편방문에 그치지 않고 도움이 더 필요한 가정에는 아기가 두 살 될 때까지 지속방문 서비스가 이어진다. 방문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교류의 엄마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월18일 보편·지속 방문반 참여자들이 합동으로 응급상황 교육에서 인형모형으로 심폐소생술 방법을 익히고 있다.
동대문구는 2016년부터 이 사업을 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출산가정 380가구에 보편·지속 방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엄마모임 프로그램에는 이들 가정의 아기와 엄마 20쌍이 보편 방문반과 지속 방문반, 두 반으로 나눠 참여했다.
5월 한 달 동안 주 1회씩 5회에 걸쳐 아기발달과 놀이, 응급상황 교육, 이유식, 책 읽기와 의사소통 등을 주제로 진행했다. 응급상황 교육은 합동으로 이뤄졌다. 동대문구 김리라 가족건강팀장은 “육아 경험이 없어 불안하고 막막해하는 초보 엄마가 다양한 육아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며 “교육과 함께 비슷한 여건의 다른 초보 엄마들과 교류하며 자조 모임으로 이어지도록 도왔다”고 했다.
엄마모임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했다가 지난해 하반기 재개됐다. 올해는 육아전문가를 초빙하고 지역자원을 연계해 더욱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 프로그램에서는 놀이 전문가인 김연숙 오감발달연구소장이 아기와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방법을 알려줬다. 박은진 동대문소방서 주무관은 성인과 영유아의 응급상황에 따른 대처 방법을 설명하고, 참여자들이 인형모형으로 심폐소생술 방법을 익히도록 지도해줬다.
상반기 프로그램 운영은 참여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참여자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점대로 높게 나타났다. 기분 전환이 되고, 서로 공감하며 위안을 얻고 편안해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육아 불안감과 막막함을 덜 수 있었다는 것과 육아 동지가 생긴 것도 좋은 점으로 꼽았다.
2018년부터 방문 서비스와 엄마모임 교육을 맡아온 강신주 간호사는 “올해 참여자들의 출석률이 90% 이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며 “첫 수업 뒤 바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나누며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는 스트레스 해소, 아기는 환경 변화 적응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데 엄마모임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5월9일 보편 방문반 참여자들이 아기와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방법을 배우고 있다.
채은이 엄마 황혜진씨는 매주 한 번씩 나오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황씨는 “아이와 같이 외출하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어 아기를 더 잘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아기도 처음 외출 땐 칭얼거렸는데 이제는 좋아한다”고 했다. 솔이 엄마 서예슬씨는 “산후우울감을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고 다른 엄마들을 만나 가까워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며 “모유 수유와 기저귀 갈기를 제대로 하는지 불안했는데 여기 와서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참여자들은 엄마모임 프로그램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서예슬씨는 “교육은 부담 없이 최대한 가볍게 진행하고 교류 모임 중심으로 운영됐으면 한다”며 “교류 모임이 이어질 수 있게 공간 등 후속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리라 팀장은 “내년 상반기 문을 열 가칭 동대문구 가족행복센터에 자조 모임 공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농동에 들어설 가족행복센터에선 임산부와 영유아 대상 종합 사업이 펼쳐질 계획”이라고 했다.
동대문구는 청량리 복합개발로 젊은층 유입이 늘어난 지역의 변화에 대응해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초 ‘아이 키우기 좋은 동대문구 조성’을 위해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티에프팀을 꾸렸다. 티에프팀은 임신, 출산, 보육, 돌봄, 교육 관련 부서와 함께 분야별 저출생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대응 사업을 찾아 추진할 계획이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임산부가 겪는 어려움에 대처하고 양육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동대문구가 되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동대문구 보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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