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야, 놀자

등교 전 한 시간 아침 놀이터

등록 : 2016-12-01 17:31
“동동동대문을열어라,남남남대문을열어라!” 아침 놀이터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상쾌하게 울려퍼진다. 박찬희 제공

“수능시험 날이라 10시까지 학교 간대요.”

아이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침에 놀고 학교 가면 어떨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텐데’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내심 아침에 노는 아이들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날 저녁 의기투합한 한 엄마가 다른 엄마들에게 연락했다.

“목요일, 수능 날 9시까지 놀이터에 모여서 놀다 학교 가요.”

딸아이는 친구들과 아침부터 논다며 며칠을 들떠 지냈다. 나도 덩달아 들떠서 목요일 아침 풍경이 어떨지 기대가 컸다.

드디어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이런 날은 꼼지락거리는 딸아이에게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할 거야! 할 거야!”라며 정작 나갈 준비를 하지 않는 딸아이에게 “오늘 놀이터에서 친구들 만나는 거 알지?” 하니까 속도가 몇 배쯤 빨라졌다. 오늘만이라도 잔소리를 덜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1등으로 가는 거 아냐?”

9시 전에 집을 나서는 딸아이는 놀이터에 1등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큰 모양이다. 하지만 놀이터가 가까워지자 “친구들 목소리가 안 들려. 들려야 하는데…”라며 1등을 할 것 같다는 기대보다 친구들이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커진 것 같았다.


놀이터에는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논다면 벌떡 일어나서 나올 아이들인데, 무슨 일이지?’ 딸아이가 그네를 타며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드디어 친구가 나타났다.

“내가 1등으로 왔다.”

“아냐. 내가 1등이야. 동생 어린이집 가는데 같이 갔다 왔거든.”

두 아이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친구들이 하나둘 모였다. 상쾌한 아침 놀이터에 온 아이들을 보니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놀이로 상쾌하게 하루를 열면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까.

아이들은 언니들이 하는 사방치기를 구경하다 시소로 우르르 몰려가 이야기를 하더니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하며 놀이를 시작했다. 문을 빙글빙글 도는 아이들 얼굴은 환했다. 놀이는 아이들 얼굴을 활짝 펴게 하는 마법이 있다. 진짜 놀이인지 가짜 놀이인지 알려면 아이들 얼굴을 보면 된다.

“학교 가자!”

한 아이가 소리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탁자로 달려가 널브러진 가방을 메고 손을 잡고 놀이터를 떠났다. 아이들 뒷모습이 발랄하고 가볍다. 놀이가 주는 힘으로 친구들 손을 스스럼없이 잡는 것 같다.

“아침에 노니까 뭐가 재미있었어?”

“친구들하고 같이 손잡고 학교 가는 거.”

어떤 놀이를 말할 줄 알았는데 역시 친구가 제일이었다. 딸아이가 다섯 살 때 친구를 찾아 목말을 타고 동네 한 바퀴 돌며 부른 노래가 기억난다.

“친구들아, 내 목소리가 들리면 어서어서 나와주겠니!”

글 사진 박찬희 자유기고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