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마을장터에서 주민들이 노원 지역화폐 통장을 들고 기념사진 을 찍고 있다. 노원구청 제공
마을공동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신뢰다.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삶과 운명을 같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본의 논리가 일상 깊숙이 파고든 오늘날 마을공동체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것도 서로 간에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뢰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다.
2012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지난 9월30일 도입이 본격화된 노원구 지역화폐 ‘노원’(NO-WON)은 다른 지역에서 이제껏 시도되지 않은 대안적 경제 실험이다. 노원구가 노원 실험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의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레츠(일정한 지역 안에서만 거래되는 화폐) 방식으로 운영되는 ‘노원’은 노원구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회원들끼리 돈 없이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지역화폐이다.
서울시 이(e)품앗이 프로그램에 회원 가입을 하고 기본교육을 마친 지역 구성원들에게는 판매와 구매 내용을 기록하는 ‘노원통장’을 준다. 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 민관이 함께 주관해 여는 크고 작은 규모의 워크숍과 열린 강좌에서 지역화폐에 대해 학습한다. 주민들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열리는 노원 장터와 지역 벼룩시장인 마들장, 그리고 각종 지역 행사들을 통해 배운 내용을 일상에 적용하는 연습을 한다.
지역주민들 사이, 나아가 민관 사이의 신뢰가 지역화폐 도입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노원’을 추진하는 핵심 주체인 지역화폐운영위원회는 서로 다른 분야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민들과 노원구 마을공동체 리더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그리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중간 지원조직들은 지역화폐제도를 실천에 옮기고 이를 지원하는 민과 관을 끈끈하게 연결하고 있다.
노원구의 지역화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아직 성공을 예단하기에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봄, 학습지도, 수리, 제작 등 참여 주민들의 작은 재능에까지도 화폐 가치를 부여하는 이 새로운 경제적 시도는 주민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좀 더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 참가 주민의 수가 늘고 있고 재화와 서비스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장터에서 피어나는 웃음꽃은 노원의 성공을 기대하게 한다. 노원구 지역화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공동체 사업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신뢰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일상의 귀퉁이까지 점령한 자본주의의 욕심을 이기고, 새로운 대안적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나갈 것이다.
연준한 서울대 정치학 석사과정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