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온 세대가 책 읽고 환경보호 실천해요”

서초구, 환경 특화 구립도서관 ‘방배숲환경도서관’ 문 열어

등록 : 2023-07-06 15:45 수정 : 2023-07-06 17:16
6월24일 서초구 방배숲환경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14만 평의 서리풀근린공원과 이어지는 자연친화 공간으로 환경을 테마로 하는 특화 도서관으로 조성됐다. 도서관 실내 어디서든 중정의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다.

‘소송·주민동의’ 난관 뚫고 17년 만에

자연친화 공간 조성, 서리풀공원 연계

환경단체 ‘에코맘코리아’가 위탁운영

“장서 50% 환경 책, 일회용 제로 목표”

“도서관이 둥글게 생겨 신기해요.”

서초구 방배숲환경도서관이 문을 연 6월24일, 할머니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은 황선우군(서울교대초교 2학년)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쉼표 모양의 나지막한 2층 둥근 건물 안 한가운데에는 ‘햇살, 뜰’이라는 이름의 중정이 있고, 그 중정을 중심으로 전면 창이 빙 둘러 있다. 실내 어디서든 중정의 푸른 잔디를 볼 수 있어 시야가 탁 트인다. 5.6m의 높은 층고, 천장을 지탱하는 나무 기둥, 벽면에 배치된 서가는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옥상에는 14만 평의 서리풀 근린공원이 뒤뜰처럼 이어진다.

건물 안팎의 모습만큼이나 부지 매입 뒤 17년 걸린 도서관 건립 과정도 눈길을 끈다. 2006년 서초구가 부지를 산 뒤 소송으로 한동안 추진이 지연됐다. 서초구의 승소로 끝났지만, 인근 주민 동의라는 문턱이 남아 있었다. 서리풀터널 위 녹지공간이라 그대로 두기를 원하는 주민도 있고 도서관 건립을 희망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동안 담당 공무원은 인사이동으로 예닐곱 번 바뀌었다.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며 설명과 설득의 노력을 이어간 덕분에 어렵사리 주민 동의를 얻었다. 2020년 겨울 공사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재 수급과 건축비 상승으로 준공까지 3년이 더 걸렸다. 구가 의지를 갖고 소송과 주민 동의, 공사 지연 등의 난관을 헤쳐내 도서관이 들어설 수 있었다.

방배숲환경도서관 외관.

방배숲환경도서관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 연면적 1632㎡에 열람석 110여 석 규모다.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된 만큼 환경을 테마로 특화했다. 장서 2만3천여 권 가운데 7천여 권이 환경 관련 책으로, 책등 위쪽 띠지에 표시돼 있다.

1층 열람 공간은 사람과 숲의 성장주기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다. 새싹 숲(키즈룸), 잎새 숲(어린이 자료실), 열매 숲(일반 자료실), 고요한 숲(숲 서재), 이어진 숲(특화 자료실) 공간이 차례로 펼쳐진다. 2층에는 트인 숲(세미나실), 작은 숲(프로그램실) 등이 있다. 옥상 구름 뜰은 데크와 잔디, 빈백 의자 20여 개를 갖췄다.

개관 행사도 환경축제 ‘같이, 그리고 가치를 읽는 환경 한마당’으로 열렸다. 개관식 테이프 커팅도 폐잡지 고리로 만들어 진행했다.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텀블러데이 캠페인도 곁들였다. 환경 그림 그리기, 서초가족 희망나무 심기, 환경연극 공연, 생태 감수성 동화구연, 양말목 새활용 체험 활동 등 프로그램도 다채로웠다. 방배유스센터 동아리 활동으로 양말목 새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유은양(방현초 4학년)은 “도서관이 숲과 같이 있어 좋고 동아리 친구들과 양말목 새활용을 해볼 수 있어 재밌어요”라며 “다음에 와서 숲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도서관 운영은 환경교육 단체 ‘에코맘코리아’가 맡았다. 2025년 12월까지 위탁 운영한다. 환경단체가 직접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사서직 11명과 행정직 3명으로 모두 14명이 일한다. 김동석 도서관 사서팀장은 “이용자가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을 경험하고 함께 확산시켜 나가는 것을 운영 비전으로 삼고 있다”며 “환경 관련 프로그램, 캠페인, 전시 등을 많이 하려 한다”고 했다. 환경 관련 책 비율도 장서의 50%로 높여 나가며 정기적으로 별도 전시할 예정이다.

개관식 날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텀블러데이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다.

환경친화적 운영을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카페 운영은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쓰레기 제로를 실천하는 친환경 카페 ‘보틀팩토리’가 맡는다. 정수기에는 일회용 컵을 두지 않고 텀블러 등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한다. 텀블러 세척기도 갖춰 누구든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세분화해 진행할 수 있게 공간을 조성했다. 김 팀장은 “환경보호 실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게 운영해 나가려 한다”고 했다.

서초구는 이번 방배숲환경도서관 개관으로 ‘1권역별 1도서관’ 조성을 마무리 지었다. 권역별 대표 도서관으로 특화 테마도 갖췄다. 2013년 반포도서관(반포권역)을 시작으로, 2018년 전국 최초 마을 결합형 학교인 내곡중학교 안 내곡도서관(내곡권역), 2019년 ‘사람 중심’을 테마로 기존 조용한 도서관의 틀을 깬 양재도서관(양재권역)이 차례로 들어섰다.

2020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서초청소년도서관(서초권역), 그리고 올해 환경 테마의 방배숲환경도서관이 조성된 것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개관식에서 “온 세대가 독서와 함께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고 실천하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은 한 달여 임시 운영을 거쳐 7월31일 정식 개관을 한다. 임시 기간에는 금요일을 뺀 주중, 주말 모두 오전 9시~오후 6시에 열람과 시설만 쓸 수 있다. 정식 개관하면 주중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모든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서초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