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등산하면서 ‘통일신라시대 유물’도 탐방

금천구 시흥동 ‘호암산성’

등록 : 2023-07-13 16:05

금천구 시흥동에는 호암산이 있다. 호암산은 393m의 바위산으로 삼성산과 이어진 도심 속 등산 힐링 코스다. 비교적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멋진 서울 도심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산세가 호랑이가 엎드린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호암산(虎巖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암산에는 호암산성 터와 한우물, 석구상, 호압사, 불영암 등 많은 문화재와 유서 깊은 전통 사찰이 있다. 호암산성은 금천구에서 볼 수 있는 신라 시대 문화재다. 주말에 하루 시간을 낸다면 삼국시대 신라의 군사·행정 거점 호암산성을 탐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호암산과 호암산성 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다. 우선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앞에서 마을버스 01번을 타고 벽산아파트 5단지 정류소까지 간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금천구의 명물인 830년 된 은행나무 보호수를 만나는 것은 덤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조선 시대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능행길에 들렀던 행궁이 있던 자리다.

벽산아파트 5단지 정류소에서 내려 호암1터널 쪽으로 700m쯤 걸어가면 아파트 맞은편에 호암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30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면 호암산성의 서문 추정지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신라 시대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호암산성은 국가사적 제343호로, 해발 347m 산마루를 둘러서 쌓은 통일신라 시대 산성이다. 성곽 둘레는 약 1547m, 그중 약 300m 구간에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주변 등산로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돌무더기는 바로 호암산성을 쌓던 석재다. 호암산성은 신라 시대부터 현재 서울 서남부권 일대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신라가 당나라와 전쟁했던 산성으로, 임진왜란 때는 조선군의 주둔지가 되기도 했다.

서문 추정지에서 등산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다보면 불영암과 한우물이 나온다. 직사각형 모양의 ‘한우물’은 큰 우물이라는 뜻이다. 처음 본 사람들은 이렇게 높은 곳에 우물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한우물을 군용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우물 근처에는 석구상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해태상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그 행태가 개에 가깝다고 하여 석구상이라고 부른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발과 꼬리 부분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우물에서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300m 내려가면 흙 속에 묻혀 있던 또 다른 우물터를 볼 수 있다. 가로세로 10×13m로 조성된 제2우물지다. 올해는 이곳에서 청자, 백자, 토기, 벼루, 청동 숟가락 등 신라 시대부터 조선 중기에 걸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여러 점을 발견했다.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겉면에 연꽃이 음각된 암키와다. 고구려 무용총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연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올가을부터 우물터 옆에 있는 남쪽과 북쪽 건물터를 발굴하고, 2034년까지 성벽을 복원해 역사문화 공원을 조성한다.

삭막한 도심 속 빡빡한 일상에 지친 시민에게 주말 나들이 코스로 호암산성 유적지 탐방을 적극 추천한다. 등산의 맛을 충분히 느끼면서 유서 깊은 문화재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일렬 금천구 언론팀 주무관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