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1인가구 주민들이 21일 맘보 바리스타&제과제빵 학원 홍대지점에서 은평구 1인가구지원센터가 준비한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 교육을 듣고 있다.
3~4인에서 1인가구로 정책 중심 이동
지난해 ‘1인가구지원팀’ 새로 만들어
안전·건강·주거·경제·관계 등 전 분야
복합문제 해결 위한 다양한 정책 펼쳐
지난 21일 오후 1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맘보 바리스타&제과제빵 학원 홍대지점을 찾았다. 은평구 1인가구지원센터가 하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수강생 10여 명이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총 9회 교육 중에서 이날 3회째로 채널링과 해결 방안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했다. 채널링은 커피를 만들려고 물을 내릴 때 커피베드나 주변에 물이 균일하게 흐르지 않는 현상이다. 채널링 현상을 해결 못하면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요. 삶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을 때 배워 놓는 게 좋죠.” 신지혜(가명·28·구산동)씨는 프리랜서로 기획 일을 하지만, 이 일만으로 온전히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요즘 청년들이 한 가지 일만 해서는 웬만큼 먹고살기 힘들어요.” 신씨는 “평소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데 핸드드립 머신은 다뤄본 적이 없어 이번에 특강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면서 생활이 불안했어요. 앞으로 좀 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요.” 신씨는 “거주도 불안하고 하는 일(프리랜서 기획)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불안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기분”이라며 “그럴수록 안정되면 좋겠다고 바란다”고 했다.
“사회에서 부품처럼 일하는 게 싫어요.” 윤다솜(가명·25·북가좌동)씨는 스타트업에서 웹개발자로 일하다 지난 3월 말 그만뒀다. “개발자가 되기 전에 3~4년 카페에서 일했어요. 전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기회다 싶어 이번에 신청하게 됐어요.” 윤씨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1급 자격증도 취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1인가구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윤씨는 “혼자 살면서 아플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그런 부분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23년 6월 말 기준 서울시 전체 가구 중 1인가구는 44.3%, 은평구는 40.6%를 차지한다. 은평구 전체 21만3827가구 중에서 1인가구는 8만6801가구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족 형태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1인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 집 건너 1인가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존 가족 정책이 다인가구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1인가구 정책이 중요해졌습니다.” 김지운 은평구 가족정책과 1인가구지원팀장은 “다인가구에 맞춰 추진해온 정책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론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실기 교육을 하고 있다.
1인가구 삶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서 단순한 일률적 정책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20~30대 청년 1인가구는 주거, 20~40대 여성 1인가구는 안전, 50대 이상 1인가구는 고립과 질병에 취약하다. 1인가구 전체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로움’과 ‘빈곤’이다.
은평구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1인가구 4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심층면담 포함)에서, 혼자 사는 데 어려운 점으로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 팀장은 “1인가구는 남녀 구분 없이 성인 전 세대에 걸쳐 분포하고 있고 건강, 경제, 안전, 고립 등 복합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은평구는 1인가구 지원을 위해 2021년 9월 1인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 설립한 1인가구지원센터는 늘어나는 1인가구가 지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1인가구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전문 상담과 교육, 사회 관계망 형성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 한다. 사회 관계망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일편단심, 1인가구 상담, 힐링 프로그램, 정리수납 컨설팅 등 소모임이 있다. 특히 올해 신설한 제과기능사 자격증 교육과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은 청년과 중장년에게 인기가 높다.
은평구는 1인가구 지원을 위해 2022년 7월 가족정책과에 1인가구지원팀을 신설했다. ‘1인가구가 행복한 은평 만들기’를 비전으로 1인가구 지원 종합 계획도 세웠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국·시·구비 430억원을 들여 인프라, 안전, 건강, 관계·경제, 주거 등 5개 분야에서 10개 과제(45개 세부 사업)를 추진한다. 구는 1인가구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기관과 협력해 다양하고 촘촘한 1인가구 지원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은평구는 올해 4월부터 은평형 생활밀착 돌봄 서비스 은빛솔밥, 은빛솔케어, 은빛솔라이프를 새롭게 시작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밀착형 1인가구 지원 정책이다. 은빛솔(SOL)은 ‘은평구의 빛나는 1인가구(SOLO)를 위한 정책’을 의미한다.
은빛솔밥은 불규칙한 식생활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1인가구를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생활 권역마다 공유부엌을 활용해 건강요리 교실을 운영한다. 또한 은평건강관리센터에서 대사증후군 검사와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한다.
은빛솔케어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1인가구가 입원했을 때 간병비를 지원한다. 1일 최대 10만원, 1년에 6일까지 지원한다. 은빛솔라이프는 다른 곳에서 은평구로 이사 온 1인가구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정책 정보가 담긴 책과 생활물품을 담은 상자를 준다.
김 팀장은 “하반기에도 심리 치료, 셀프 정리수납, 중장년 취미 활동, 반려식물 키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1인가구가 불편함을 해소하고 지역 사회 내에서 건강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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