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자연과 어울린 ‘독서·휴식’ 있는 도서관

강서구 ‘봉제산책쉼터’

등록 : 2023-07-27 16:14

강서구 화곡동의 빼곡한 빌라 숲이 무감각해질 때쯤 싱그러운 풀 냄새가 풍겨오고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린다. 복잡한 일상 스트레스와 귓전을 때리는 도심 소음을 벗어나 만나는 ‘자연’이다.

2001년에 37만여㎡ 규모로 조성된 ‘봉제산근린공원’은 지난 4월 개관한 ‘봉제산책쉼터’ 외에 어린이놀이터, 정자쉼터, 영농체험장, 생태연못, 무궁화원, 팔각정 등이 조성돼 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봉제산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한때 무허가 판자촌이 즐비했던 곳이 휴식처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봉제산책쉼터’는 산책로를 따라 어린이놀이터와 영농체험장, 정자쉼터를 지나 만난다. 공원에 어울리는 황톳빛 ‘나무색 색감’과 공원, 놀이터를 연계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도서관이다. 밖에서도 눈에 띄는 통유리창은 도서관 안과 밖을 자연으로 연결해준다. 지난주 평일 오후 방문한 봉제산책쉼터 2층 열람실에는 동화책을 읽는 어린아이, 한땀 한땀 글쓰기 연습을 하는 어르신, 다양한 연령의 남녀 20여 명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회색빛의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여타 도서관과 달리 통유리창 넘어 머리를 식혀주는 ‘자연’과 머리를 채워주는 ‘책’이 공존했다. 높은 습도와 뙤약볕에 지친 방문객의 심신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봉제산책쉼터’는 2층, 447㎡ 규모로 열람실, 동아리실, 휴게데크 등이 설치돼 있다. 열람실에서 유리로 된 폴딩도어를 커튼 젖히듯 열면 야외 테라스와 만난다. 책을 읽다 잠시 쉬고 싶을 때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자연 소재로 꾸며져 위로 치솟은 듯한 열람실은 아늑함을 선사한다.

도서는 일반, 어린이, 유아 세 코너로 분류돼 있는데 ‘생태’ 관련 도서가 전체 도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자연친화 생태특화 도서관답다. 동아리방과 이야기방은 2~4명이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꾸몄다. 봉제산책쉼터는 개관 뒤 방문자가 계속 늘어 주말 평균 100~200명, 한 달 기준 2천여 명이 찾을 정도로 도심 속 쉼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열람실 입구에서 만나는 ‘북큐레이션’은 봉제산책쉼터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7월 한 달간 2층 열람실 입구 쪽에서는 그림책 작가 난주의 <벅스 에이비시(ABC)>와 <문장부호>의 아트프린팅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매달 사서나 지역 서점에서 직접 주민들이 읽을 만한 도서를 추천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도서를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1층 프로그램실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준다. 독서지도사와 함께 책을 선정한 뒤 역할놀이 등을 통해 독서 습관을 키워보는 ‘독서 프로그램’, 미술 경험으로 자기표현과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미술 심리치유 프로그램’은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힌다.

봉제산책쉼터 출입문을 나와 나무데크를 따라 걸었더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벤치가 설치된 ‘힐링쉼터’, 다채로운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무장애숲길’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졌다. 무장애숲길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을 위해 완만한 경사의 보행 친화적 설계로 조성됐다. 인근 생태연못에 설치된 물레방아가 운치를 더했다.

봄꽃이 만개하고 푸르른 녹음이 짙어지고 단풍이 물들다 눈꽃이 피는 풍경.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봉제산책쉼터에서 독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신승우 강서구 홍보정책과 주무관

사진 강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