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몸을 갖게 된다면…

‘이진경×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

등록 : 2023-07-27 17:07

‘챗지피티(GPT)가 몸을 갖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근대성과 존재론에 관해 사유해온 철학자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와 국내 최고 인공지능(AI) 권위자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AIIS) 원장이 던진 화두다. 두 사람은 2021년 1월부터 두 달에 한 번 간격으로 만나 우리 앞에 다가온 인공지능에 대해 논의했고, 그 내용은 김재아 공상과학(SF) 소설가가 정리해 <이진경×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김영사 펴냄)으로 엮였다.

철학과 공학으로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은 인공지능에 몸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 일치를 봤다. 신체를 가지고 여러 감각 정보를 스스로 얻고 종합하는 ‘신체 기반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의 미래를 크게 바꿀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현재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정보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다. 다만 딥러닝이라는 방식으로 인간이 만들어놓은 정보를 학습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딥러닝 학습법은 많은 정보를 잃게 된다. 그리고 ‘메타 인지’에 도달할 수도 없다. 메타인지란 ‘생각 밖에서 생각을 바라보는 능력’을 가리킨다. 어떤 존재가 메타인지를 가질 때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자신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두 학자는 따라서 인공지능도 지금처럼 두뇌만 가진 채로 딥러닝에만 머물지 않고 신체를 가진다면 지금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 예상한다. 신체를 갖고 더 미세한 단위 수준에서 감각 데이터와 지각·행동의 연결고리를 잇는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다면, 인간 의식과 가까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인공지능에 자신의 생존을 우선한다는 목적함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 목적함수는 아마도 인공지능 자신을 객관적 존재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선을 넘는 인공지능>은 이 밖에도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사랑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에 가장 어려운 예술 영역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은 무엇인가’ ‘마인드 업로딩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등 흥미진진하면서도 ‘선을 넘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