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소공이 지난달 27일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1층에 있는 강의실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밝게 웃고
있다. 소공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청소년 만화동아리 ‘자치동갑’과 함께 밋밌했던 강의실 안과 밖 벽에 그림
을 그려 상상력이 넘치는 강의실로 만들었다.
2010년 대한민국 콘텐츠상 받은 작가
2015년 도서관 개관전 때부터 ‘인연’
아이들과 함께 상상력 넘치는 곳 조성
“이미지 활용한 소통 교육에 힘쓸 계획”
“도서관 공간이라서 아예 흑백으로 할까도 했는데, 너무 어두워 보일까봐 푸른색을 넣었죠.”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구산동도서관마을 1층 미디어교육실(강의실) 안과 밖 벽이 파랗게 물들어 생동감이 느껴졌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시원해 보였다. 만화가 소공(본명 김영주·56)과 청소년 만화동아리 ‘자치동갑’이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강의실을 새로 꾸몄다. 하얀색으로 투박했던 공간을 상상력이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웹툰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강의도 하는 공간이라서 너무 산만하지 않도록 색상 사용을 자제했다. 친근하고 세련된 만화가 그려진 강의실 덕분에 수강생 반응도 좋다.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동안에는 딱 수업만 하고 갔는데, 사진을 찍어 다른 곳에 알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지난달 27일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만난 소공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중단했던 강의를 재개하면서 기존 강의실 분위기가 너무 차가운 것 같아 바꾸자고 했다”며 “새로워진 모습을 보고 모두 너무 고맙다고 해 무척 기쁘고 뿌듯하다”고 했다.
소공은 만화가이자 그림책 작가로 만화 전문 인터넷 매체 ‘화끈’에 ‘위법’(1999~2004)을 연재하며 등단했다. <한국일보>에 ‘어떤 날’(2000~2001)을 연재했고, 어린이잡지 <콩나무>에 ‘오선 무지개’(2002~2003)를 연재했다. 2004년에는 단행본 <뜨거운 물고기>(황매)를 출간했고, 2003~2021년 플래시 애니메이션 <떳다 그녀!!> 미술감독을 맡았다. 2009~2013년에는 철학고양이 요루바 1~3> 시리즈를 펴냈다. 소공은 <철학고양이 요루바 1>로 2010년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특별상을 받았다. 현재 삼박자만화공방을 기획, 운영하며 웹툰·미술 강사로 활동한다. 삼박자만화공방은 1999년 4월 소공과 함께 아말록, 송송화 등 세 작가가 만든 모임이다. 웹툰, 웹애니메이션, 동화 일러스트, 전시만화, 만화 인테리어, 출판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한다.
벽에 그림을 그려 넣어 생동감 넘치는 구산동도서관마을 1층 강의실 모습.
강의실 바깥 벽에는 수강생들 모습을 그대로 그린 그림이 눈에 띈다. 진지한 표정도 있고, 쑥스러워하는 듯한 모습도 있다. 소공에게나 웹툰 수업을 수강하는 아이들에게나 이곳은 편하고 친근하고 특별한 공간이다. 소공은 “도서관이 주택가에 있다 보니, 아이들이 부스스한 머리에 슬리퍼 끌고 수업하러 바로 온다”고 했다. 강의실 출입문 바로 앞에는 그동안 수강생들이 만든 만화책도 진열돼 있다.
강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벽에 그려진 고양이와 물고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에 딸린 정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까운 창밖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책이 있고 테이블도 있어요.” 창문 너머로 고양이와 물고기가 의자에 앉아 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고양이와 물고기가 사람들이 뭘 하는지 들여다보는 듯 보이기도 한다. 물고기가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실제 현실 공간이 아닌 상상의 물속에 들어온 느낌도 든다. 고양이와 물고기는 소공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다. “아이들이 재밌어하더라고요. 물고기가 저렇게 서 있지는 않잖아요.” 소공은 “캐릭터가 아예 하나도 없는 것보다 나을 듯해서 고양이와 물고기를 그렸다”고 했다.
소공은 4월부터 11월까지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디지털 창작반과 웹툰 기초반으로 나뉜 ‘삼박자 웹툰교실’ 수업을 한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수강생들이 연말에 자신이 직접 만화책을 만들도록 돕는다. “만화도 배우고 디지털툴 사용법도 배우고 책으로 만들어 전시도 해요. 이런 전 과정을 경험해보는 게 수업의 기본 모양입니다.” 소공은 “늘 자기가 모니터에서 봤던 전문 작가들과 다르게, 자기가 직접 표현한 것을 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정보를 말과 글로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시대는 이미지·그림·영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죠.” 소공은 2015년 구산동도서관마을이 자신의 작품으로 개관 기념 전시회를 하면서 구산동도서관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부터 삼박자 웹툰교실을 운영해왔다.
“미술과 전혀 관련이 없더라도 이미지 영상 편집을 할 줄 알면 똑같은 학교 숙제를 글로만 하는 것보다 그림이 살짝 들어가게 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한 시대가 됐어요.”
소공은 “만화 수업을 한다기보다는 이미지앱을 다루는 방법, 이미지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느낌이 더 크다”며 “자신이 하고 있는 영역에서 글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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