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범죄 줄이기, 디자인도 한몫합니다"
서울시 최초&유일, 동작구 범죄예방디자인팀 남은미 주무관
등록 : 2016-12-15 13:53
동작구에서 범죄예방디자인을 담당하는 남은미 주무관이 5일 해 질 무렵, 여성들이 안전하게 밤길을 다닐 수 있게 디자인한 신대방1동 골목길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오후 5시30분, 짧은 겨울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골목길은 어느새 어둑해졌다. 아직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일행과 함께 있는데도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면 무서움이 일었다. 혼자 오면 진짜 무섭겠다는 기자의 호들갑에 남 주무관은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혼자 못 왔어요. 범죄예방디자인을 하면서 어두운 골목에 엘이디(LED) 조명으로 가로등 조도를 높이고, 막다른 골목길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나니 무서움이 사그라졌어요.” 범죄예방디자인은 사무실 책상에서 뚝딱 만들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어둡고 좁은 골목을 누벼야 했던 남 주무관에게 일의 성격상 여성이어서 힘들지 않았나 물어보았다. “오히려 여성이라 주민들의 무서움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었어요.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은 누군가 따라올 것 같은 무서움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골목이 복잡해 신고할 때도 장소를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밖에 없구요.” 남 주무관은 자신이 여성인 탓에 오히려 여성안심디자인이 가능했다고 한다. 막다른 골목에 설치한 거울 시트나 반사경, 위급 상황이 생길 경우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위치 표시, 감시카메라(CCTV)에 통합관제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을 눈에 잘 띄도록 표시한 것 등이 남 주무관이 여성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지역 특성 고려해야 성과 높일 수 있어 남 주무관은 “범죄예방디자인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신대방동에서 효과를 본 디자인이 사당동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마다 환경도 다르고 주민들의 생활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대방1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중국 교포의 유입이 많은 곳이지요. 쓰레기 배출 등 한국의 생활 정보를 잘 몰라 내국인과 마찰이 잦아요.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절도 범죄가 잦고….” 남 주무관은 이런 지역 특성에 맞춰 문단속과 생활예절을 상기시키는 중국어 병기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했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이 지역의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 결과 다누리 안심마을은 조성 전과 비교해 절도, 폭행, 성범죄 등 6대 범죄 발생 건수가 35.7%나 줄었다. 112 신고 건수도 31.6%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동작구 전체로도 지난 1분기 주요 범죄 발생률이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감소율이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동작구는 지난 5일 ‘제1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공모사업에서 공공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