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공존하는 ‘강북형 개발’의 시작

이순희ㅣ강북구청장

등록 : 2023-08-03 16:48
서울시가 지난 6월30일 덕성여대 차미리사 기념관에서 ‘신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했다. 고도제한 지구를 일 률적 규제에서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관리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사진은 이순희 강북구청장이 오세훈 시장의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강북구 제공

강북구 북한산 고도지구 안 건물의 열에 일곱은 30년 이상 된 노후건축물이다.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된 재건축이 무산된 구역만 11곳에 이른다. 우이동과 수유동, 미아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고도지구 안에선 자 연경관 보호를 위해 건축물 높이를 20m 이하로 제한하는 탓에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2021~2022년 수유동의 또 다른 지역도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 공모사업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 6월30일 서울시가 ‘신(新)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하면서 북한산 고도지구 일대는 전환점을 맞았다. 구상안에 따르면 고도지구 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8m까지, 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최고 15층 45m 이하까지 높이 기준이 완화된다. 이에 더해 자연경관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일부 등 불필요한 중복규제 지역은 고도지구에서 제외된다.

필자는 강북구청장으로서 북한산 고도제한 완화라는 구민들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여러 방안을 구상해왔다. 지난해 10월엔 고도지구 내에서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15층까지, 또 시뮬레이션을 통한 조망영향 검토 결과를 토대로 고도지구 전 지역에 대해 높이기준을 28m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아울러 자연경관지구 같은 중복규 제 지역에 대해선 고도지구를 해제해줄 것도 건의했다.

서울시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한해 28m로 높이 기준을 적용해 다소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강북구가 제안한 나머지 사안은 대부분 신고도지구 구상안에 반영됐다. 민관이 힘을 합해 이뤄낸 결실이라 더 의미가 있다. 고도지구에 속한 삼양동·수유1동·우이동·인수동 구민들로 구성된 주민추진단은 지난해 11월부터 규제 완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추진해 3만3806명의 뜻을 모아 올해 2월 서울시에 청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지역 현황을 보면 북한산 고도제한 완화가 얼마나 값진 성과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서울연구원의 녹지 분포 자료에 따르면 강북구 녹지면적은 14.34㎢다. 시가지 대비 녹지 지역 비율은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구 면적(23.6㎢)의 60%가 녹지임을 고려하면 시가지(9.26㎢)의 4분의 1이 고도지구(2.39㎢)로 묶여 33년간 개발이 불가능한 셈이었다.

이는 지역 불균형을 더욱 가속했다. 서울시 자치구별 재산세 세수를 살펴보면 지역 격차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7월 강북구는 214억원을, 강남구는 3640억원의 재산세를 부과했다. 17배 차이다.

지역 격차를 고려하면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 규제 완화라는 기반을 토대로 지역 가치를 끌어올려 구민들이 살기 좋은 동네라고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결실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변화는 고도지구 안에서 유일하게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소나무협동마을지구부터 시작된다. 미아동 791-2882 일대에 있는 이 지구는 지난해 12월 신속통합기획 2차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현재는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고 있다. 이곳을 시작으로, 점차 단계적으로 고도지구 내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난개발로 북한산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연경관은 공공재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북한산 주변 고도지구 경관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고, 강북구도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개발과 공공가치의 균형을 맞출 것이다. 북한산의 수려한 경관을 살린 주거환경이어야 강북구의 정체성이 한층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도지구 구상안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올해 연말쯤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강북구의 미래발전 방향을 담은 2040도시발전계획도 올해 완성된다. 두 계획에 더해 강북구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신강북선’까지 확정된다면 지역개발에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구상들에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도시 인프라 확충작업이 성과를 내준다면 자연과 공존하는 ‘강북형 개발’의 청사진이 완성된다. 강북구가 서울시에서 손꼽히는 살기 좋은 곳이 될 때까지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이순희ㅣ강북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