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광복절을 맞아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의 한가운데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역사를 품고 있는 곳, 중구 장충동이다.
지하철 동국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장충단공원이 있다. 장충단은 ‘충(忠)을 장려하는 제단’이란 의미로 1900년 고종이 갑신정변과 을미사변 등으로 순국한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오늘날의 현충원과 같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제단이 훼손되고 현재는 장충단비만 남았다.
장충단공원 입구에 있는 장충단비를 시작으로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상징물을 만날 수 있다. 1919년 열린 파리 세계평화회의에 조선의 독립을 호소하는 서한을 제출한 것을 기념하는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려 한 ‘이준 열사 동상’, 대한제국의 독립 보존을 위해 노력한 ‘이한응 열사비’를 찾아가다보면 어느새 공원 끝에 다다른다.
다시 공원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을 따라 내려가면 장충단공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포토존, 수표교가 보인다. 수표교는 세종 때 청계천 수위를 측량하기 위해 세워진 다리로 1959년 청계천 복개 공사 때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아래로 돌다리가 놓인 풍경을 바라보면 잠시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장충단공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장충동 대표 노포들을 만날 차례다. 먼저 장충동에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족발 거리’가 있다. 50여년 전 한 식당 사장님이 고향인 평안북도에서 먹던 돼지족을 판매하던 게 그 시작이라고 한다. 하루에 여러 번 장국에 삶아 두툼하게 썰어낸 족발은 시중의 달달하기만 한 족발과 달리 담백하고 쫄깃하다. 원조답게 언제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족발 골목 건너편에는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태극당’이 있다. 1946년 문을 연 태극당은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레트로에 빠진 엠제트(MZ)세대,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분홍색 장미꽃과 빨간 딸기젤리로 장식한 버터 케이크, 모나카 아이스크림까지 티브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볼 법한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장충단길에는 평양냉면, 중화요리, 함흥냉면, 곰탕 등 오랜 시간 장충동을 지키며 장충동의 역사가 된 노포가 많다.
이대로 돌아가기가 아쉽다면 장충단길 로컬문화 거점공간인 ‘장충라운지’(퇴계로 56길 50 2층)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보길 추천한다. 중구는 주변 문화 공방들과 협업해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8월에도 들꽃 부케, 센터피스, 마블 소주잔 만들기 등 다양한 클래스가 열린다. 인스타그램(@장충단길)에서 원하는 강의와 일정을 확인하고 신청하면 된다.
이번 주말 도심 한가운데서 ‘역사’ ‘숲’ ‘레트로’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방문할 곳을 찾는다면 장충동을 추천한다.
권미연 중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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