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미술관의 새 역할

뮤지엄 미술치료

등록 : 2023-08-10 16:58

‘관람하는 미술관에서 치유하는 미술관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술치료사인 미트라 레이하니 가딤과 로렌 도허티가 펴낸 <뮤지엄 미술치료>(안그래픽스 펴냄)에서 정리한 최근 뮤지엄의 변화다. 두 편저자는 최근 미국·영국·캐나다 등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갤러리 등에서 활발하게 운용되는 치유 프로그램 현장을 포착해 다양한 각도로 정리해 보여준다.

우리말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포함하는 뮤지엄은 17세기에 탄생한 개념이다. 당시 개인 소장품이 지역사회 일부 계층에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 기원이다. 18세기에는 개인의 권력과 재산을 보여주는 기능을 넘어서 ‘공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부상했다.

그 기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환자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미술관은 2018년 지역사회 의료협회와 협조해 ‘뮤지엄 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 약물 처방 대신 예술적 처방으로 증상 완화와 치유 효과를 시도한 것이다. 영국 또한 만성 질병을 가진 자가 병원에 의존하는 경향을 줄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도록 돕는 뮤지엄 미술치료를 실행하고 있다.

편저자들은 이런 현상이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공공 기관이 단순히 예술이나 문화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치료 환경으로 확장해야만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뮤지엄…>은 뮤지엄의 기원과 변화를 살펴보고 뮤지엄 소장품을 치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와 접근 방식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또 미국에서 실제로 진행한 뮤지엄 미술치료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가령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브록스미술관에서는 범죄소년 보호기관과 함께 협력사업을 진행했고, 뉴욕 퀸스박물관에서는 자폐를 가진 대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뮤지엄 미술치료는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날씨, 묻지 마 폭행과 살인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엄…>은 이를 위해 한 챕터에서 장애와 접근성을 중시하는 뮤지엄 미술치료가 그 경계를 더욱 넓혀 치유와 건강을 위한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