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함께 커피 마시며 활기찬 아침 시작해요”

‘건강한 삶’ 돕는 청년 커뮤니티 열풍 속 첫 모닝커피클럽인 ‘서울모닝커피클럽’ 참가기

등록 : 2023-08-17 16:30
9일 아침 7시30분 용산구 이태원동 트러스 개라지에 7명의 운영진이 모여 기자와 아침 모임을 함께했다.

청년층 ‘갓생’ ‘미라클 모닝’ 바람에

모닝 루틴 함께하는 커뮤니티 인기

지난해 운영 시작한 서울모닝커피클럽

누적 참가자 수 3천 명…전국으로 확대


모임 지속은 ‘목적 없는 가벼움’ 덕분

호스트 주도 진행, 다양한 주제로 잡담


호스트 선발 절차 복잡…“진정성 중요”

“일과 전 머리 깨우고 인사이트 얻어요”

최근 2030세대 트렌드로 자리잡은 자기계발 문화. 젊은층 사이에서는 ‘생산적인 삶’을 의미하는 ‘갓생’(God+生)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부지런한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이 인기를 끄는 형국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이른 기상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에서 ‘갓생 살기’를 실천하는 젊은이들 모습을 볼 수 있다. 갓생 열풍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미라클 모닝’이다. 미라클 모닝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는 습관을 말한다.

이런 흐름에 모닝 루틴을 함께 추구하는 커뮤니티도 등장했다. 커뮤니티의 이름은 서울모닝커피클럽(Seoul Morning Coffee Club, 이하 SMCC). 말 그대로 아침에 함께 커피를 마시는 모임인데, 일과를 시작하기 전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며 잡담을 나누는 게릴라성 모임으로 통한다.

국내 모닝커피클럽의 시초라 할 수 있는 SMCC는 지난해 7월 첫 모임을 한 지 불과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5200명, 누적 참가자 수 3천 명(지난 14일 기준)을 웃도는 대형 커뮤니티가 됐다. 어떤 이유로 많은 청년이 이 모임에 참여하는지 궁금했다. 기자는 일주일간 두 번 모임에 참여하며 모임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9일 아침 7시30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트러스 개라지(TRUSS Garage)에 기자를 포함해 8명의 청년이 모였다. 해당 모임에 참석한 청년들은 SMCC를 이끌어가는 운영진으로, 이날은 SMCC 정기회의를 겸한 아침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모임 공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작은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1층 차고를 개조해 만든 이 공간은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SMCC 운영진의 아지트처럼 쓰이는 곳이라고 했다. 인원수대로 테이블에 커피가 놓이고 나서 본격적인 대화 시간이 시작됐다.

트러스 개라지에서 커뮤니티 창립 멤버인 박재현씨와 위승준씨(왼쪽)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참석한 모임의 호스트는 SMCC 창설 멤버 중 한 명인 박재현(33)씨. 나머지 참가자들도 모두 각 지역의 모임을 맡은 베테랑 호스트들이었다. 보통 일반 참가자로 모임에 참석했다가 커뮤니티에 매료된 이들이 호스트로도 활동한다고 했다. 이들은 서로 면식이 있는 사이였지만 처음 온 기자를 배려해 기존 방식대로 모임을 진행했다. 먼저 호스트가 커뮤니티 취지를 간략히 소개하고, 모임에 처음 참여하는 참가자가 있는지 물어본 뒤 각자 돌아가며 10초 자기소개를 하는 식이었다.

신용산 지역 호스트를 맡은 문시원(26)씨는 “SMCC는 모닝 루틴을 응원하는 커뮤니티”라며 “출근 전이나 무언가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1시간 정도 머리를 깨우는 작업”이라고 모임을 설명했다.

자기소개가 끝난 뒤에는 근황이나 취미 등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갔다. 인원이 많은데도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대화가 이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모임 베테랑답게 처음 참가한 기자가 대화에 낄 수 있도록 리드하는 배려도 엿보였다.

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웃고 떠들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대략 1시간 정도가 지나면 참가자들 각자 스케줄에 맞춰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SMCC 모임은 현재 △광화문 △삼성 △성수 △신용산 △압구정 △역삼 △이태원 등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성수에서만 진행되던 모임이 참여 수요가 늘면서 전국으로 퍼졌다. 커뮤니티 운영은 두 청년의 아침 모임이 계기가 됐다. 박씨와 함께 커뮤니티를 창설한 위승준(35)씨는 “재현이가 미라클 모닝을 오랫동안 하고 있기도 했고, 저는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얘기하고 출근하는 게 괜찮았다”며 “사람들 모아서 같이 해볼까 했던 것이 반응이 좋아서 지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러스 개라지 한 편에 마련된 주방에서 박재현씨와 위승준씨(왼쪽)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SMCC가 생겨난 이후 비슷한 커뮤니티가 여럿 만들어졌지만, 유지되고 있는 곳은 SMCC가 유일하다. 물론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체계를 잡는 과정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들은 SMCC의 지속가능 요인을 ‘가벼움’이라고 말했다. 모임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덞으로써 커뮤니티를 지속해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처음에는 모임을 통해 남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뭔가를 꼭 얻어가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했어요. 그게 정답이었죠.”(위승준씨)

현재 SMCC의 호스트는 총 30명에 달한다. 호스트는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검증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박씨는 “지원자가 기본적으로 모닝 루틴에 대한 니즈가 있는지, 그것을 잘 지키는지 20~25회 정도 인증을 받는다”며 “지각하거나 영업하지는 않는지 보고 모임 참여 태도도 판단한다. 생각보다 기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선릉 지역 호스트로 활동 중인 이예지(34)씨는 “개인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 아닌데, 누군가와의 약속은 어떤 알람보다 강력하더라”며 “대화하면서 머리가 비워지고 잠이 깨는 걸 느낀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출근 전 워밍업이 된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초기부터 함께해온 문씨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모임 루틴을 통해 피로를 풀고 위안을 받는다”며 “모임이 끝난 뒤에 ‘덕분에 힘차게 아침을 시작한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보람차다”고 웃었다.

SMCC는 모임 운영에서도 규칙을 마련해두고 커뮤니티의 본질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무조건 아침 8시 이전에 모이기, 8명 이상 모이지 않기, 운영진은 전체 인원의 절반을 넘지 않기, 일 이야기 금지 등이다. “보통의 커뮤니티나 모임은 사람을 만나려는 목적이 강한데, 저희 모임은 ‘내가 주도하는 삶’의 느낌을 주는 것이 1순위예요. 또 이런 은은한 연대로 생기는 네트워킹이 제대로 된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합니다.”(박재현씨)

SMCC 모임의 또 다른 특이점은 무료로 진행되는 모임인데도 노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박씨와 위씨는 “갓생의 이미지를 원하고, 그런 니즈가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이 모임에는 내 삶을 한 단계 더 위로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진짜 열정이 아니면 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아침 8시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카페에서 진행된 아침 모임에 기자를 포함해 8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참가자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11일 오전 8시, 기자는 일반 참가자들로 꾸려진 모임에 한 번 더 참석해봤다. 모임 장소로 공지된 신용산역 근처 카페에 5분 전에 도착해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참가자 8명이 전부 출석했다. 이날 SMCC 모임에 처음 참여한 문성지(32)씨는 “모닝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알람보다 약속이 강하다’는 모임 슬로건이 인상적이었다”며 “회사 사람이 아닌 새로운 분들을 만나 인사이트도 얻고 제가 모르는 얘기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지역별로 다 참여해보고 싶다”고 했다.

1시간20분 거리에서 왔다는 박기훈(40)씨는 SMCC 모임에 이날로 74번째 참여한다고 했다.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 모든 지역 모임에 참여해봤다는 박씨는 “SMCC 모임은 연결성은 있지만 비즈니스적이지 않다. 순수성이 잘 지켜지는 편”이라며 “여기에서는 명함을 꺼내는 것도 웬만해서는 지양한다. 그러다보니 스며들 듯이 친해지고, 그렇게 쌓인 친분이 더 강력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느슨해진 일상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모임”이라며 “순수하게 좋은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모임으로 유일하지 않을까”라고 호평했다.

이번이 20번째 참여라는 이창한(35)씨는 “저도 곧 잠실 호스트로 들어갈 것 같다. 이 모임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없는 게 강점”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아침 시간을 공유한다는 데서 책임감도 들고 저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날로 4번째 참여인 임윤식(37)씨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되는데, 밤 시간과 아침 시간을 맞교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밤에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않고 아침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추천했다.

SMCC는 건강한 삶,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기와 긍정 에너지를 전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참여 신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능하다. 각 지역의 모집 공고가 하루 전날 12~14시 SMCC 계정 스토리에 올라오면 호스트에게 DM을 보내는 방식이다. 주로 화, 수, 목 위주로 모집하며 대개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SMCC 운영진은 “내향적이거나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모두 충분히 이해해주기 때문에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나와보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화랑 객원기자 hwarang_lee@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