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노무사와 ‘함께 푸는’ 노동문제

모든 사업장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는 법적 의무

⑩ 지난해 8월18일부터 의무 설치 대상 된 휴게시설

등록 : 2023-08-24 16:20 수정 : 2023-08-24 16:24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난해 8월18일부터 휴게시설 의무

비상구 계단, 화장실 마지막 한 칸 등

열악한 공간을 휴게실로 쓰면 안 돼

근로자 20명 이상일 경우 6㎡ 이상 돼야


일하는 사람 이용 편리한 곳 설치하고

적정한 온도와 습도, 밝기도 유지해야


물품보관실 등에 휴게실 설치도 금지

휴게실에서 업무회의 자주 해도 안 돼

직장인의 ‘휴게시간’은 언제일까?

보통 점심시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 시간은 식사하든 수면을 취하든 친구를 만나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휴게시간이다. 만약 식사하면서 업무상 전화를 받아야 하거나 회의를 한다면, 휴게시간이 보장된 것이 아니다.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대기하는 것과 같이 언제 일하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 역시 휴게시간이 아니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54조).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일하는 시간 도중에 일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떨까?

아직도 비상구 문 뒤에 계단이나 화장실의 마지막 한 칸, 어둡고 좁은 공간에 펼쳐져 있는 종이박스가 일하는 사람들의 휴게공간인 경우를 발견한다. 심지어 언제 뭐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창고, 작은 창문도 없는 습하고 더운 지하실 또는 담배 연기와 자동차 매연이 가득한 주차장 한편에서 식사하고 쪽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고열·한랭·다습 작업이나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동자에게 일정한 조건 이상의 휴게공간을 제공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18일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사업 종류와 상관없이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가 된 것이다. 사업주는 일하는 사람이 신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 2).

올해 8월18일부터는 일하는 사람의 수가 기간제 근로자, 일용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근로자, 도급계약이 체결돼 있다면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까지 포함해서 20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건설업은 총 공사금액이 20억원 이상) 또는 일하는 사람의 수가 1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7개 취약직종(전화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건물 경비원)에서 일하는 상시근로자가 2명 이상인 경우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휴게시설의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렇다면 설치·관리 기준은 어떤지 살펴보자.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는 휴게시설의 설치·관리 기준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크기: 바닥 면적이 6㎡ 이상,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2.1m 이상이어야 한다.

여러 사업주가 공동으로 설치(공동휴게시설)한다고 해도 최소 바닥면적은 6㎡에 사업장 수를 곱한 면적이 원칙이다.

② 위치: 일하는 사람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공동휴게시설은 각 사업장에서 휴게시설까지 왕복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휴식시간의 20%를 넘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화재폭발이나 유해물질, 분진이나 소음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

③ 온도·습도·조명·환기: 적정한 온도(18~28도), 적정한 습도(50~55%), 적정한 밝기(100~200럭스)를 유지할 수 있는 조절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창문이나 환풍기 등으로 환기를 시킬 수 있어야 한다.

④ 관리: 의자 등 휴식에 필요한 비품, 마실 수 있는 물이나 식수 설비가 갖춰져 있어야 하고 청소·관리 등 담당자가 지정돼 있어야 한다. 휴게시설임을 알 수 있는 표지가 휴게시설 외부에 부착돼 있어야 한다.

⑤ 목적 외 사용금지: 물품 보관실이나 흡연실은 휴게시설로 인정되지 않는다.

휴게시설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건강과 안전의 기본 조치이다. 그동안 협력업체 노동자, 청소·경비용역 노동자, 파견업체 노동자, 입점업체 노동자 등 열악한 장소에서 보이지 않게 휴식해야 했던 수많은 노동자가 이번 기회에 더 나은 휴게시설에서 안전하게 휴식하게 되기를 바란다.


<질문과 답변>

① 본사 사원증이 있는 경우에만 휴게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경우

도급인(원청·본사 등 물건의 제조나 서비스 제공 등을 맡기는 사업주)은 수급인(하청·협력사 등 물건의 제조나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의 직원이 휴게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급인의 직원이 휴게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경우 도급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1항).

또한 도급인은 수급인이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설치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고, 수급인이 사용하는 파견근로자 역시 휴게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② 회사 휴게실에서 업무 회의나 상담을 자주 하는 경우

휴식시간에 휴게공간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어 휴식을 방해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 다만 고용노동부에서는 휴게시설은 회의실, 교육실, 상담실 등과 별도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물리적 공간 부족으로 별도 휴게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 노사가 협의해 설치·관리기준을 충족하는 회의실 등에 대하여, 사용 시간을 명확히 구분해 이용하는 경우에는 휴게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도 일시적이나 간헐적으로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에는 별도의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③ 전체 15명 중에 환경미화원 1명과 건물 경비원 1명이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일하는 사람이 10명 이상이고 그중에서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7개 취약직종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합하여 2명 이상이라면(직종별로 2명이 아니다!) 휴게시설 미설치 또는 설치·관리기준 위반시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이 사례를 보면 취약직종인 환경미화원 1명과 건물 경비원 1명을 합산하여 2명이므로 휴게시설 미설치 또는 기준 미달시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