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업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대표적 도심형 제조업이다. 그런데도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봉제업은 지원 정책의 우산으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의류산업 지원 정책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고부가가치 패션, 기능성 소재 개발 등의 분야에 집중돼온 탓이다.
영세 봉제업을 대상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패션의류산업의 기반으로 봉제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도시 서민의 일자리와 삶의 질을 나아지게 하는 데 봉제업이 중요하다는 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0년 이후 서울의 중랑구, 동대문구, 성동구, 강북구 등 주요 의류 생산 거점지역에 의류봉제산업 생산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 인프라 구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지식경제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협력해 의류봉제 집적시설인 동대문패션비즈센터도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이런 지원시설을 기반으로 봉제업 역량 강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봉제업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기배선, 조명, 환풍시설 등의 작업환경 개선, 봉제장비 임대나 수리 등의 서비스 지원에서 시작해, 중소업체 대상 토털패션 직영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운영 등 판로 개척을 위한 마케팅 지원도 한다. 이 밖에 숙련기술자 인력 수급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청년 봉제기술자 양성 사업도 지원 정책의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봉제업 지원 정책에 대한 현장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10년째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송원욱씨는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 서류 작업은 복잡한데 직접적인 효과가 작다”고 정책 지원의 한계를 지적했다. “개인 디자이너들의 옷이 많이 팔려야 봉제업도 지속할 수 있으니 개인 디자이너 옷들이 많이 팔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송씨가 바라는 지원 방향이다.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 대표를 맡은 신만수 한국패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시 제조업 종사자의 30%가량이 봉제업에서 일하고 있다”며 봉제산업을 제대로 살리려면 “비슷한 업종을 모아 집적 효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협업 효과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감, 인력 수급, 상품 기획 기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존의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동구는 올해부터 의류봉제, 구두, 가방, 액세서리 등이 모여 협업으로 지역 기반의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소셜패션 클러스터 조성 실험을 하고 있다.
서민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봉제업 지원 사업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지원 정책의 지속도 중요하지만, 본질에 접근한 지원이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이현숙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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