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네일아트로 이웃과 소통…웃고 지내죠”
네일아트 봉사하는 금천구 ‘금천다온손끝봉사단’
등록 : 2023-08-31 15:10
금천다온손끝봉사단 활동을 하는 김진향(왼쪽)·장효주(가운데)씨가 8월17일 금천구 수어통역센터에서 고진수
금천구 독산보건분소 의약과 주무관과 함께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ongil@hani.co.kr
금천다온손끝봉사단을 만드는 데는 고진수 금천구 독산보건분소 의약과 주무관의 역할이 컸다. 고 주무관은 2019년 6월 지체장애인 6명으로 구성된 금천다온손끝봉사단 1기를 만들었다. 장애인 방문 치료 서비스를 담당하던 고 주무관은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50대 지체장애인한테 네일아트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고 주무관은 “그럼 네일아트를 배워서 봉사활동을 함께 해보자”고 권유했다. 고 주무관은 독산보건분소에서 지체장애인들에게 2년 동안 네일아트를 가르쳤다. 고 주무관은 “1인 노인가구를 찾아가서 네일아트 봉사활동과 말동무를 해줬다”며 “장애인들이 사회 경험을 하면서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했다. 고 주무관은 2022년 2월께 봉사단을 더 키우고 싶었다. 금천구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얘기했더니,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금천지회를 소개해줬다. 장 부회장은 “우리에게 봉사활동을 같이 해보자고 할 때 너무 좋았다”며 “네일아트 교육도 하고 취약계층 봉사활동도 나간다길래 흔쾌히 승낙했다”고 했다. 금천다온손끝봉사단은 지난해 3월부터 매달 2회, 4시간씩 네일아트를 배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섯 차례 봉사활동을 나갔고, 올해 상반기에는 노인, 어린이, 청각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네일아트 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김진향(29·독산3동)씨는 5살 아들이 발달장애인이다. 네일아트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지난 5월부터 금천다온손끝봉사단에서 네일아트 강사를 맡고 있다. 김씨는 지난 3월 참새경로당에서 한 할머니에게 네일아트를 해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손톱 손질을 하려고 할머니 손을 만졌더니 부끄러워하면서 손을 빼더라고요. 손톱 하나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어요.” 김씨는 “괜찮다면서 할머니를 다독거린 뒤 네일아트를 해줬다”며 “할머니가 예쁘게 변한 손톱을 보더니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봉사활동 하면 더러 힘든 일도 있기 마련이다. 일반 네일아트숍에서 하는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어르신'도 있다. “보석 모양을 붙여 달라거나 할 때는 좀 힘들죠.” 보통 한 명에 10~3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씨는 “사람이 많을 때는 오래 기다리기도 해서 너무 죄송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애인이나 노인이나 외로운 사람들이죠. 서로 소통하면 웃고 지낼 수 있어요.” 지난해 시흥2동에서 장애인 쉼터를 만들었는데, 장애인 쉼터와 경로당이 위아래로 있지만 서로 왕래가 없었다. 하지만 네일아트 봉사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익혀 경로당에도 거리낌 없이 드나들게 됐다. “어르신과 장애인, 장애인 부모가 서로 소통하니 너무 좋죠.” 장 부회장은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며 “외로운 사람들끼리 이어준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고진수 주무관은 주로 행정을 담당하면서 봉사단이 봉사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행사를 하거나 재료를 사거나 하는 일을 맡아 해요.” 고 주무관은 “나라면 돈 한 푼 안 받고 봉사활동 하라면 못할 것 같다”며 “그래도 열심히 활동하는 단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금천다온손끝봉사단에는 ‘회장’이 없다. 장 부회장은 “봉사활동에 자발성을 더 끌어낼 수 있어 회장이 있는 것보다 오히려 없는 게 더 낫다”고 했다. 금천다온손끝봉사단은 올해 하반기에 4차례 더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금천호암노인복지관과 금천구청 앞 광장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네일아트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11월에도 행사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는 네일아트 전문가를 양성하고 3기 단원을 모집해 활동을 더욱 넓혀가고 싶죠.” 금천다온손끝봉사단 단원들의 네일아트 실력도 나날이 늘고 있다. 지금은 한 팀으로 움직이지만, 내년부터는 여러 팀으로 나눠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고 주무관은 “단원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팀을 나눠 매주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계속 가지치기를 해서 네일아트 봉사활동이 널리 퍼져 나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