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노인의 ‘든든한 이웃’이 된 생활지원사

영등포구,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118명 활동

등록 : 2023-09-07 15:25
성우경 영등포구 생활지원사가 지난 1일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지역 주민을 상담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최근 영등포구 생활지원사가 평소와 다른 돌봄 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발 빠르게 병원으로 옮겨 위기를 넘긴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생활지원사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 곁에서 ‘든든한 이웃’으로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부 확인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말벗 서비스는 사소한 듯하지만 그분들의 어려움을 들을 기회입니다.” 올해 14년차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인 성우경(57)씨는 1일 “어르신마다 건강, 생활 환경, 사회 적응 능력 등 개인 차가 매우 크다”며 “원하는 게 모두 다르지만, 최대한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노인맞춤돌봄은 노인마다 다른 생활 환경,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맞춤 돌봄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정된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65살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대상이다. 영등포구에서는 영등포노인복지센터,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신길종합사회복지관,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등 4개 복지기관이 권역마다 나눠서 담당한다.

복지기관이 권역을 나눠서 복지 서비스를 시행한 것은 영등포구가 최초다. “2012년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 처음 와 어르신 댁에 갔더니 다른 기관에서 받은 후원 물품들이 있었죠. 복지기관마다 제각각 운영을 하다보니 생기는 일이었죠.” 영등포구는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통합 돌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복지기관 4곳이 구 내 동을 나눠 권역별로 담당하는 복지 체계를 구축했다.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것을 없애고 지역 사회 노인이 균등하게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죠.” 박영숙(59)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관장은 “노인들이 사각지대 없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균등하게 노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정부에서도 영등포구 체계를 받아들여 2020년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 만큼 영등포구 노인맞춤돌봄이 다른 자치구와 차별화된 게 바로 ‘협의체(네트워크)와 소통’이다. 영등포구는 노인맞춤돌봄협의체를 운영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모니터링 결과, 대상자 특성, 돌봄 지식 등을 공유한다. 지역사회 노인 ‘연속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관 간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한다. 박 관장은 “구청과 수행기관 4곳 등 관련 기관이 회의해 기관끼리, 실무자끼리 소통이 잘 이뤄진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일반 돌봄군 1430명, 중점 돌봄군 33명 등 1463명에서 올해는 2천여 명으로 돌봄 대상자를 늘렸다. 이 중 1400명 정도가 1인 노인 가구다. 올해 영등포구 생활지원사는 모두 118명으로 한 명이 평균 17명의 노인을 담당한다.

노인맞춤돌봄은 안전 지원, 사회 참여, 생활 교육,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지원으로 나뉜다. 안전 지원은 전화와 방문으로 안부 확인하기, 말벗되기 등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사회 참여는 문화·여가활동과 평생교육활동이 있는데, 친구 만들기나 자조 모임 등 사회관계를 넓히는 프로그램으로 노인이 고립되지 않게 돕는다. 일상생활 지원으로 이동 활동을 돕는 병원·외출 동행하기와 식사 관리, 청소 관리 등 가사 지원 활동도 한다. 또한 몸과 정신 건강을 위해 우울 예방이나 인지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성씨는 요즘은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급속하게 바뀌었어요. 당시 노인은 계속 나오지 말라고 했죠. 방 안에서 티브이로 세상을 접하다 밖에 나와보니 너무 달라진 거죠. 그래서 쉽게 적응 못하는 노인이 많아요.” 성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움직이려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노인이 늘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물질 지원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사회 분위기가 침체한 탓인지 의욕을 잃은 분이 많아요. 삶이 풍족한데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이 많죠. 물질 지원만으로는 부족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영등포구는 ‘노인 맞춤 반찬 만들기’, 한글을 배우고 친목을 다지는 ‘한마음모임’ 등 30여 개 자조모임을 활발하게 운영한다. “가까운 곳에 사는 4~5명씩 모임을 만들어줍니다.” 성씨는 “모임을 통해 수다를 떨면서 존재를 확인한다”며 “자매나 형제처럼 의지하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몰라 그냥 나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부탁도 못해요. 무식하다고 무시당할까봐.” 성씨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워도 모두 똑같은 형식이 아니라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아이티(IT) 기술을 설명해주는 등 생활지원사의 역할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안부 전화를 안 받을 때가 제일 무섭죠.” 성씨는 지난해 한 노인이 사망한 얘기를 꺼냈다. “평소처럼 전화했더니, 짧게 ‘예’라고 답하고 끊더라고요. 느낌이 이상했죠. 그래서 3일 뒤 다시 전화했더니, 그분이 돌아가셨어요.” 성씨는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하고 여자친구도 있을 정도로 건강했다”며 “제가 할 도리를 다 못한 것 같아 죄책감 때문에 무척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노인은 더욱 늘어나는데, 제도권 내에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정년을 마친 사람들이 후기 고령 노인들과 이음새 역할을 하며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봐요.” 영등포구는 지난해부터 노인의 지역사회 삶을 지원하는 ‘영등포 행복마중’을 시작했다. 박 관장은 “복지관으로 찾아오는 노인 복지가 아닌 지역으로 마중 나가는 주민·지역 밀착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 공간, 자원, 주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복지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