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 ‘치유의 씨앗’

‘나쁜 마음은 없다’

등록 : 2023-09-07 16:08

‘참나와 부분들.’

체계적 가족치료사인 미국의 리처드 슈워츠 박사가 저서 <나쁜 마음은 없다>(신인수·박기영 옮김, 온마음 펴냄)에서 제시하는 우리 내부 마음의 구성요소이다.

슈워츠 박사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은 온전성을 갖춘 ‘참나’뿐만 아니라 ‘추방자’ ‘소방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나는 ‘호기심, 평온함, 자신감, 자비심, 창조성, 명료함, 용기, 연결감’으로 구성된 마음의 핵심이다. 추방자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 의식 표면에 나타나지 않도록 억눌려진 마음 부분이다. 소방수는 추방자가 어쩌다가 우리 의식 안으로 들어오면 출동한다. 소방수는 여러 중독 행동이나 폭력·자해 등을 통해 추방자와 그 고통을 진압하는 데만 집중한다.

슈워츠 박사는 1980년대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심리상담을 하면서 이런 마음의 구조를 체계화했다. 그리고 이것을 ‘내면가족체계(Internal Family Systems, IFS) 모델’로 발전시켰다. 우리 마음도 현실의 가족처럼 가족체계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까지 널리 알려졌던 단일 마음 패러다임과는 구분되는 마음 인식 방법이다. 하지만 많은 상담심리학자는 IFS 모델이 상담치료에서 큰 진전을 가져온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마음의 아픈 부분을 ‘정신분열증’ 등으로 몰아세우지 않으며, 우리 마음 안에 ‘치유의 씨앗’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치유의 주체’가 바로 참나다. 추방자, 보호자, 소방수가 언뜻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마음도 모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행하는 것이다. 훈련 등을 통해 성숙한 참나가 이들을 거부하지 않고 다가가 손을 내밀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 추방자 등이 오랜 단절을 끊고 이런 참나의 모습에 호응할 때 그 마음들도 ‘그때 그곳’에서 풀려나 ‘지금 여기’로 올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음미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슈워츠 박사는 이 치유의 주체를 대문자로 시작되는 ‘Self’라고 했고, 신인수 온마음연구소장 등 번역자들은 우리나라의 문화 등을 고려해 ‘참나’로 번역했다.


슈워츠 박사가 참나를 강조하는 마음 체계를 만든 것은 그가 오랫동안 명상해온 사람이라는 것과 관련된 듯하다. 명상은 세상의 잡생각을 끊고, 더 나아가 ‘자기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