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서울

1인당 13.4㎏… 달걀 소비…조류독감의 역습

등록 : 2016-12-29 15:50
겨울철이면 사람들 사이에 독감이 번지는 것처럼 가금류에게도 조류독감이 번진다. 해마다 조류독감의 확산이 뉴스가 되고, 정부는 방역을 한다고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항상 확산을 막지 못하고 발병 지역 주변 500m에 있는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는 비극적 장면을 연출한다. 올해에는 최단 기간 최대 규모로 조류독감이 확산되었기에 발병 이후 한 달이 넘는 기간에 2400만 마리가량의 닭이 살처분되었다.

서울시민은 살처분 조치에 대해 비교적 둔감하다. 서울시민은 깨끗하게 포장된 닭고기와 달걀을 사서 먹으면 되고, 공장형 양계농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5년 자료를 보면 1일 평균 달걀 생산량은 전국적으로 약 4300만 개인데, 서울특별시에서는 생산량이 전무하다.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경기도로서 1240만 개를 생산하고 그다음은 충청남도로서 800만 개를 생산한다. 서울시민은 달걀을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것이다.

1970년대 ‘잘 살아보자’는 구호는 우리의 모든 생활을 바꾸어놓았다.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오면서 사는 곳도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로 바뀌었고, 먹는 식단도 밥과 채소류 중심에서 고기류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런 결과로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에는 5.2이었는데, 2015년에는 47.6㎏으로 9배 이상 늘게 되었다. 우유는 1970년에는 1.6㎏였는데, 2015년에는 77.6㎏으로 50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었다. 아울러 1인당 달걀 소비량이 1970년대에는 4.2㎏이었던 것이 2015년에는 13.4㎏까지 세 배 늘어났다. 최근에는 한국의 육류와 달걀 소비량이 일본에 비해서도 높아졌다.

이쯤 되면 우리의 축산 진흥 정책은 생산량의 측면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덕에 많은 사람들이 싼값에 축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인들의 체격도 좋아졌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닭들은 닭장에서 밀집 사육되면서 면역성이 떨어졌고,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주변의 멀쩡한 닭까지 살처분하여 죽어가는 운명이 되었다.

이 점에서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생명윤리도 없다. 소비자들도 더 많은 닭고기와 달걀만 열망해왔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따른 살처분 사태를 경험하면서 그리고 밀집 사육의 비위생적인 장면을 목격하면서, 이제는 생산량과 함께 사육 과정의 동물권과 식품의 품질도 함께 고려하게 되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수(사람과 동물) 공통 전염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정부는 조류독감이 퍼지면 살처분만 되풀이하기보다 닭의 사육 환경을 개선해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와 양계업자의 생산 중심의 논리로만은 안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소비자의 윤리와 책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가 먹는 닭이 안전해야 사람도 안전하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이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살처분의 끔찍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살처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