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국제단편영화제 따라 상권도 ‘재개봉’

용산구 해방촌

등록 : 2023-10-05 16:05

지난달 20일 수요일 저녁 해방촌 카페 ‘그랩어’ 4층에 20명이 모였다.(사진) 원래는 카페 ‘드도트’ 야외 테라스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비 때문에 이곳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2023 해방촌 국제단편영화제’ 주간 배우 김예은 출연작 <야간근무>와 그의 추천작 <그녀의 꿈의 자전거>가 연달아 상영될 참이다. <야간근무>는 외국인 노동자가 겪는 차별과 소외를, <그녀의 꿈의 자전거>는 배우라는 꿈에 도전하는 시각장애인을 조명했다. 76개국에서 건너온 외국인 1300명이 거주하는 해방촌과 어울리는 작품이다.

‘2023 해방촌 국제단편영화제’는 해방촌 활성화를 위한 상권 축제다. 11일부터 22일까지 12일간 국내외 영화 12편이 그랩어, 드도트, 까르마, 더 스튜디오 에이치비시(HBC)에서 상영됐다. 관람 뒤에는 이달 15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5천원권 쿠폰도 줬다.

쿠폰은 카페 겸 바(bar) 달, 가성비 좋은빵집 르시앙블랑, 모로코 음식점 모로코코카페, 나홀로 와인 한잔에 샌드위치를 맛보기 좋은 미암미암, 이자카야 감성 술집 심야식당기억, 빈티지 소품을 취급하는 가가사, 완전 채식 식당 베제투스, 이탈리아 여행에서 즐겼던 술을 맛볼 수 있는 소셜해이븐, 반려견과 함께 가는 카페 오이이 등 20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무슨 영화제냐고 상인들이 갸우뚱했어요. 막상 해보니 사람들이 모이더라고요.” 그랩어 4층을 채운 관람객 절반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중 한 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포스터를 통해 영화제를 접하고 친구들과 함께 왔다. 상영관 대부분이 만석이었다.

과거 해방촌은 주한미군 용산기지 근무자,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국인, 다국적 분위기를 즐기려는 내국인들이 ‘한잔 더’ 하는 상권이었다. 상인(임차인)이 외국어가 능통해야 건물주(임대인)가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었고, 단골 장사가 중심이었다.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한 지금도 해질녘, 외국 청년이 달걀 한 판을 사 들고 골목길을 오른다. 오래된 주거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골목길 사이에 해방촌만의 정서가 여전하다.

용산 02번 마을버스가 한신옹기에서 남산타워를 향하는 거리에서는 평일 낮에도 도보 여행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산업화의 흥망성쇠가 녹아 있는 신흥시장, 일제강점기 흔적이 묻어 있는 108계단,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콤콤오락실 등이 뉴트로 열풍과 함께 SNS나 방송을 통해 소개된 덕이다.


해방촌 상인회라는 이름으로 상인들이 모임을 시작한 지 2~3년쯤 됐을까. 영화제와 용산구가 공모 중인 골목상권 공동체 지원 사업이 촉매가 돼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 상인들은 건축,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많다.

“그랩어 대표의 경우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죠. 타지 생활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파티도 열거든요. 상인들이 가진 재능이 해방촌에 활력을 더할 겁니다.”

올해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여기저기 상권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입소문이 퍼지는 속도와 범위는 과거와 달라 SNS를 타고 순식간에 ‘국제적’으로 전파된다. 담장 하나를 두고 붙어 있는 용산공원,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남산과 같은 자연과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집약된 해방촌의 서사, 상인들의 열정, 정서 등 이 모든 매력이 이제 세계인의 발길을 사로잡게 될 터. 두둥, 개봉박두.

이연빈 용산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이원호 용산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