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일 열리는 강동선사문화축제의 임영택 총감독이 지난 9월22일 인터뷰에 앞서 암사 유적에 있는 퍼레이
드 조형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기획·연출 두루 할 수 있는 장점 살려
물·불·흙·바람 활용해 무대 등 제작
선사인 생활체험 등 60여 개 프로그램
“주민 주도형 카니발로 발전해가길”
가을을 품은 서울은 축제의 장이다.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축제와 행사가 동네 곳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6천 년 전 선사시대로 떠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축제도 있다. 서울에서 선사시대를 주제로 하는 유일한 축제이기도 하다. 한강을 중심으로 어로와 채집을 하며 살았던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알리기 위해 1996년부터 이어져온 강동선사문화축제다.
강동선사문화축제는 올해 28회째로 13~15일 사흘 동안 강동구 암사동 유적지 일대 약 800m 구간에서 열린다. 축제 준비에 한창인 임영택(54) 총감독을 지난 9월22일 암사동 선사유적박물관에서 만났다. 임 감독은 “선사시대 정체성을 축제 공간에 담아 연출하려 했다”며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방문자들은 입구에서 높이 5m, 넓이 6m의 대형 토기 조형물을 통해 행사장 안으로 들어온다. 4개의 무대와 조형물은 빗살무늬토기의 4요소(물·불·흙·바람)를 활용해 꾸며 선사시대의 느낌을 전한다. ‘빛톤치드 파크’에는 물안개 숲길, 부시크래프트 체험, 황톳길 걷기, 아트 전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임 감독은 “‘선사시대 느낌이 난다’는 반응을 기대하며 꾸몄다”며 “공간이 예쁠 거라 (방문객들이)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예상 방문객은 약 50만 명이다.
방문객들이 눈여겨봐줬으면 하는 조형물로 임 감독은 윈드아트를 꼽았다. 지름 30m 크기로, 수만 개의 반사필름을 활용해서 바람을 시각화해 빗살무늬가 새겨졌다. 선사움집카페 하늘에 설치해 바람이 불면 파도가 넘실거리듯 출렁인다. 이에 따라 낮에는 윤슬처럼 반짝이고, 밤에는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도 만들어낸다. 대형 그늘막 역할도 한다. 그는 “(윈드아트를 잘 보려면) 광장 무대 앞 잔디에 돗자리를 갖고 와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귀띔해줬다.
선사인 생활체험 등 60여 개 프로그램 가운데 20% 정도는 올해 처음 선보였다. ‘선사 스캐빈저헌트’는 신석기시대 생활상을 연계한 보물찾기와 방탈출 혼합형 미션게임이다. 미션 지도를 보고 유적지 경내에 남겨진 선사인의 발자취를 좇아 사라진 조각을 찾고 비밀을 풀어간다. 원시인 식사법에서는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을 일깨워주는 강연을 듣고, 와일드푸드존에서 야생 먹거리를 시식해볼 수 있다. 그는 “신규 콘텐츠는 자연과 환경, 건강을 모티브로 삼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운영한다”고 했다.
임영택 총감독이 선사유적박물관 ‘암사동 신석기 마을로의 초대’ 전시물 앞에 앉아 있다.
임 감독은 지역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자산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있다. 물적 자원으로 의상, 조형물 등을 재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인적 자원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다. 올해 처음 청년 감독제를 운영해 1회 축제 때 강동에서 태어난 28살 청년을 조감독으로 뽑아 운영에 참여시켰다. 지역 청소년과 청년이 앞으로 축제를 끌고 가는 힘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임 감독은 “공동체와 놀이라는 가치를 담아 ‘힙한’ 축제가 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 대표 프로그램인 ‘원시 대탐험 거리 퍼레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되지 못한 점을 임 감독은 가장 아쉬워했다. 이전 퍼레이드에서는 천호공원에서 암사동 유적까지 1.8㎞ 구간에서 1500여 명의 주민이 18개 동마다 독창적인 원시인 복장을 하고 거리 행진을 해왔다. 세계적인 규모로 축제의 자랑거리였는데 일부 구간의 지하철 공사로 퍼레이드는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다. 그는 “축제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장치가 돼야 한다”며 “강동선사문화축제가 주민들이 의상, 춤, 음악, 조형물 등을 만들고 직접 참여하는 주민 주도형 카니발로 발전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임 감독은 2017~2018년,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4번째 총감독직을 맡았다. 2016년 무대 연출감독 경험까지 합치면 모두 5번째다. 기획과 연출을 두루 할 수 있는 감독으로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기획홍보 일을 하면서 축제에 매료돼 직업까지 바꿔 20년째 축제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직접 한지로 조명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축제 감독 일을 하면서 조명 관련한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작품 활동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축제 공간 조성과 조형물 제작에 접목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빛과 소리, 움직임을 표현하려 노력했고, 그 중심에는 항상 한지가 있었다. 최근에는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 작품) 매력에 빠져 여기에 좀 더 집중해가고 있다. 임 감독은 “빛과 예술, 한지를 활용한 축제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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