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노무사와 ‘함께 푸는’ 노동문제

특고 등 산재보험 확대…고용주 마음 뒤따라야 ‘실효’

⑪ 지난 7월1일부터 적용 범위 넓어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살펴보기

등록 : 2023-10-26 16:30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특고·플랫폼 노동자 사망 사건 때 일던

‘산재 적용’ 논란 올 하반기부터 잦아져

산재보험 새 시행령 7월1일 적용 덕분

노무제공자 특례 신설, 18개 직종 확대


근로 제공받는 사업주가 ‘보험가입자’

노무 제공받은 지 14일 안 신고해야


플랫폼 운영자는 ‘보험행정 진행’ 의무

‘근로계약+사업계약’ 진행 땐 둘 다 적용

지난 10월13일 경기도 군포에서 새벽 배송을 하던 택배기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가 다니던 회사는 택배기사의 산업재해보상보험을 그가 사망한 날에야 가입했다고 알려져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이 택배기사는 지난해부터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같은 회사의 다른 택배기사가 일주일 만인 10월20일 또 사망했다. 이번에는 18일 택배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진 지 이틀 만에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어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이번 택배기사 사망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들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논란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7월1일 적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산재보험법 시행령과 일정 정도 관련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 등의 산재보험이 이를 계기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산업재해보험은 누구에게나 적용될까?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적용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인지 아닌지’ 이슈가 있는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대표적인 직종이다.

그런데 지난 7월1일 개정된 산재보험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적용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올해 7월1일 이전에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업종이라도 주로 하나의 사업에서 그 사업의 운영에 필요한 일을 상시적으로 해야만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노무제공자에 대한 특례’가 신설되면서 지난 7월1일 이후부터는 하나의 사업에 전속해서 일하지 않더라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고, 적용되는 직종도 소프트웨어 기술자, 어린이 통학버스기사 등 총 18개로 확대됐다. 새롭게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18개 업종은 아래와 같다.

보험설계사(교차모집인 포함, 새마을금고·신협 공제모집인은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 건설기계조종사, 방문강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제휴 모집인도 포함), 대리운전기사(모든 대리운전기사, 탁송기사, 대리주차원), (후원)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배송설치기사, 건설현장 화물차주(살수차, 고소작업차, 카고크레인), 화물차주(특정품목·산업 구분 폐지/모든 영업용 화물차주), 소프트웨어 기술자, 방과후학교 강사/유치원·어린이집 강사(2024년 1월1일부터 시행), 관광통역안내사, 어린이통학버스기사

이때 보험가입자는 누구일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의 사업주가 보험가입자가 된다(건설기계조종사나 건설현장의 화물차주의 경우에는 원수급인이 보험가입자다). 사업주와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보험료의 각각 2분의 1씩 부담하고, 사업주가 노무제공자의 보험료를 원천공제해서 자신의 부담금과 합산해 납부해야 한다. 사업주는 최초로 노무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보험관계 성립 신고를 해야 하고, 노무를 제공한 달의 다음달까지 월 보수액을 신고해야 한다.

1인당 산재보험료는 개인별 1)월 보수액에서 2)산재보험료율을 곱해서 산정하는데 이때 1)월 보수액은 사업소득에서 비과세소득과 경비공제율에 따른 경비(실제로 지출한 경비가 아니라 일정한 비율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업종별로 고시한다)를 제외한 금액이고 2)산재보험료율은 직종별 평균재해율을 기초로 정해진 직종별 요율이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은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인정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질문①: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누가 보험가입자이고 누가 보험업무를 해야 하는지?

답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기사, 음식 배달기사, 화물차주 등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이때 일감을 중개하는 플랫폼 운영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플랫폼을 이용하는 퀵업체, 대리운전업체, 배달대행업체 등)가 보험가입자가 된다.

그러나 플랫폼 운영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를 대신해서 보험행정을 해야 한다.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이용 개시와 종료에 대한 신고, 매월 플랫폼 이용 사업자별로 플랫폼 종사자의 월 보수액 신고·정정,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로부터 산재보험료를 원천공제해서 납부, 전용계좌 개설 등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플랫폼 운영자에게 있다. 보험급여를 받을 노무제공자가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증명을 요구하면 사업주와 플랫폼 운영자는 그 증명을 해야 한다.

만약 개별 건이 아니라 장기계약이 체결되는 등 더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받는다면 사업주가 직접 공단에 보험관계 신고를 하고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질문②: 동일한 프로젝트에 대해 근로계약과 사업계약을 동시에 체결한 소프트웨어 기술자도 산해보험 신고를 별도로 해야 하나?

답변: 이전에는 사업계약의 경우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근로계약 한 부분만 산재보험을 적용했지만 올해 7월1일부터는 적용이 확대됐으므로 근로계약과 사업계약을 동시에 체결한 노무 제공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사업장과 사업계약 사업장에서 각각 산재보험 관련 신고를 이행하고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계약기간이 올해 7월1일 이전과 이후에 걸쳐 있다고 해도 사업계약의 사업주는 이후 기간의 노무제공에 대해서 반드시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신고를 하고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질문③: 대리운전기사는 민간보험회사에서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 산재보험이 이중 부담은 아닐까?

답변: 대리운전보험은 대인배상, 대물배상, 자기차량손해, 자기신체사고(특약)로 구성됐는데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는 대물배상이고, 대인배상 역시 상대 차량 운전자의 인적 손해에 대한 부분이므로 산업재해의 보상범위와 다르다. 산재보험은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노무제공자 본인의 치료비와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휴업, 장해 등에 대해 보상하는 보험이므로 자기신체사고 특약의 경우 중복보상이 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대리운전보험 가입시에 특약을 제외해 중복 부담을 면할 수도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