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점점 멀어지는 사회, 극장에서 공동의 감각을 느껴볼 수 있을까? 황수현 안무가의 ‘지지지’(Zzz)는 대사 없이 움직임과 소리로 구성된 3시간의 공연으로 이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 감각을 매개하는 장치는 ‘잠’이다.
잠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하는 필수 활동으로, 사람은 잠자는 동안 신체를 재구성하고 경험했던 세계의 기억을 저장하며 세계와의 연결성을 구축해나간다. 황 안무가는 잠자는 행위의 취약성, 무방향성, 무형성, 비가시성 등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에게 보는 행위와 감각의 수용을 연습하는 장소인 극장에서, 관객의 보는 행위를 없애 적극적으로 잠의 세계로 이끌어보는 감각 실험이다. 약해진 의식이 굳은 몸을 풀고 타인의 몸을 만나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지극히 사적 영역의 행위가 ‘함께 잠자기’로 사회적 행위로 확장된다. 이 공연은 무대와 객석 구분이 없으며, 앉거나 누울 수 있는 매트 외에 좌석이 따로 준비돼 있지 않다. 관객은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걷거나 앉거나 누워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잠자기, 안무 관찰하기, 멍하니 있기, 다른 관람객 관찰하기 모두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바닥에 누울 수 있는 편안한 복장으로 입장하는 편이 좋다. 열린 마음과 공동으로 감각하는 행위에 관한 궁금증을 가지고 공연장을 방문할 수 있다면 무대는 3시간 동안 모두의 것이 된다.
황수현 안무가의 신작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대 위로 관객의 자리를 이동시키고 39명의 무용수가 대규모 군무를 선보였던 최근작 ‘카베에’ 또한, 극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감각에 주목한 공연이었다. 지난 공연에서 관객이 다른 몸을 가까이 만나 그 감각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자거나 그 반대를 선택함으로써 좀 더 적극적으로 그 감각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함께 구성하는 셈이다.
‘지지지’는 약 30명의 관객을 매일 오후 2시 극장으로 초대한다. 극을 따라 잠과 각성으로 이끌어줄 사운드에 잠긴 블랙박스 극장에서 6명의 퍼포머에게 3시간 동안 몸을 맡기고 유영해보자.
장소: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극장 쿼드
시간: 매일 오후 2시, 월요일 공연 없음
관람료: 4만원
문의: 1577-0369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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