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무원의 ‘안정’과 민간의 ‘창의’를 연결하는 가교
관악구의 스티브 잡스, 정창교 관악구 정책실장
등록 : 2017-01-05 14:33
전국 기초단체 공무원 중에서 유일하게 정책실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관악구의 정창교 정책실장. 그는 여의도 정치의 오랜 경험이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길을 늘 고민한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대학 졸업 뒤인 1980~90년대엔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세 차례 구속된 전력도 있다. 1988년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혐의로 처음 구속됐을 때, 그를 기소한 이가 초임 검사 시절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고 한다. 정 실장은 “당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는데, 황 검사가 재판을 끄는 바람에 감옥에서 나온 날이 징역 6개월을 다 채우기 이틀 전이었다”고 기억했다. - 왜 갑자기 ‘중앙'에서 ‘지역'으로 옮겨왔나? “여의도 정치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삶이 많이 각박해지더라.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이분법이 여의도 정치 아닌가. 2010년 지방선거 때 유 구청장을 도운 것이 인연이 됐다.” - 관악구의 혁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작은도서관', ‘175교육지원’, 청년사회적기업 지원,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이 자치구 행정 우수사례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관악구의 모토인 ‘사람중심 관악특별구'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정책들이다. ‘작은도서관'의 경우, 2010년에 관악구 전체로 5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3개로 늘었다. 도서관 회원도 7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늘었다. ‘175교육지원’은 방학이나 토·일요일 등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175일 동안에 지자체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인 게 ‘청소년 영화 아카데미’다. 이런 사업은 지금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 기존 공무원들과의 화합은 어떤가? “처음엔 낯선 존재라서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일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고, 공무원들을 돕는다는 태도로 임하니 거리가 좁혀지더라. 공무원의 안전성과 민간의 창의성이 결합하는 것이니 바람직한 모델 아닌가. 나처럼 시간임기제 공무원이 된 민간 전문가가 관악구청에만 7~8명 된다.” - ‘지역정치'나 ‘지역행정'에서의 지역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는 너무 중앙 중심적이다. 오죽하면 고 신영복 선생이 ‘변방이 중심이 될 때 세상이 바뀐다'고 했겠나. 지방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 통합의 공간이다. 여야나 진보·보수의 차이도 크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촛불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마을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시민들의 공동체성이 강화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강해지면 내 삶이 바뀐다.” - ‘중앙정부'와 ‘지역·지방 정부'의 관계에선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당연히 지역정부에 더 많은 권한이 이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예산·인력에서 중앙이 차지하는 몫이 80%나 되고 지역은 20%에 불과하다. ‘8 대 2’의 사회다. 선진국은 대개 ‘5 대 5’ 구조다. 자치분권 개헌이 필요한 이유다. 프랑스는 아예 헌법 1조에 ‘프랑스는 지방분권으로 이루어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선거를 하면 주민들이 뽑는 자리가 60개가량이나 된다. 대통령 후보, 연방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은 물론이고 검사, 판사 등 가지가지다. 그만큼 지역 권한이 크다는 얘기다.” - 왜 ‘관악구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나? “2015년 관악책잔치 행사를 열었을 때, 자기가 읽은 책의 주인공 차림을 해서 분위기를 띄우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행사에 잡스 얼굴과 함께 그의 캠페인 슬로건인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글귀가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 그 뒤 그런 별칭이 붙었다.” - 다양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 “막걸리다. 하하, 정확히는 막걸리와 함께 만나는 사람이다. 그다음은 책. 간접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거니까.” 정 실장은 올해 힘을 쏟고 싶은 사업으로 독서동아리 확충을 꼽았다. 관악구는 5명 이상이 모여 독서동아리를 만든 뒤 신청을 하면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동아리가 지난해 말 281개였다. 올해 300개를 넘기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는 “독서는 품격 있는 마을 공동체 활동이다. 나는 어떻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고, 이 고민이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