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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로컬은 기회, 개척자 되길”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공동 운영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등록 : 2023-11-09 16:12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은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으로 올해 처음 진행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공동 운영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10월27일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문화공간 ‘연남장’ 2층 사무실에서 참여자들의 취· 창업 아이디어 관련 성과물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로컬 콘텐츠 기업 10년째 운영하며

더 많은 청년이 로컬에 관심 가지게

자발성·주도성에 중점 둔 교육 시도

“로컬은 유행이 아닌 미래의 방향성”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 등에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역 가치 창출가, 창의적 소상공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성동구 성수동 등 다양한 로컬 창업들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서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거나 퇴색한 지역 문화를 되살릴 목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에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정부(고용부)와 대기업(씨제이(CJ)올리브네트웍스), 로컬 콘텐츠 기업(어반플레이)이 손잡고 교육 프로그램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을 지난 6월부터 4개월 진행했다. 교육에 이어 9월22일부터 10월3일까지 페스티벌 ‘로컬 파이오니어 위크 2023’도 열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취·창업 아이디어 관련 성과물 발표와 지역 곳곳의 로컬 브랜드를 볼 수 있는 전시 등을 연희동 일대에서 진행했다.

프로그램 공동 운영을 맡은 어반플레이의 홍주석(41) 대표는 지역을 변화시킬 힘은 많은 사람이 지역에 관심을 두고 뜻을 모아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갖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홍 대표는 “(자본력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에게 로컬은 기회”라고 강조하며 “더 많은 청년이 로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취·창업에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때마침 아이티(IT) 서비스 기업인 CJ올리브네트웍스와 고용부의 ‘청년친화형 기업 이에스지(ESG) 지원사업’에 함께 참여하기로 뜻을 모아 진행하게 됐다고 한다.


교육 대상자는 로컬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수도권, 강원, 제주도 등 세 지역의 청년 200명이 3 대 1의 지역별 평균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홍 대표는 참여자들의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로컬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좋은 아이디어를 디지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게 돕는 데 집중하려 했다. 아이디어 도출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그는 “로컬 콘텐츠를 통해 아이디어를 빠르게 비즈니스로 구현해내는 이들도 있었다”며 “억지로 유도하지 않았는데도 창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페스티벌 ‘로컬 파이오니어 위크 2023’의 하이라이트는 우수 참여 9개 팀이 완성한 창업 아이디어 성과물을 발표하는 피칭대회였다. 심사를 거쳐 파인파인, 탑동(Runner’s Station TOP-DONG), 디에이치엘(DHL)이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파인파인’은 봄철 강원 지역의 ‘골칫거리’인 송홧가루를 활용한 송화커피와 다식 등 디저트로, ‘탑동’은 제주 탑동 지역에 아웃도어 액티비티 스폿을 형성하는 러닝 서비스로, ‘디에이치엘’은 파주 장단콩을 활용해 만든 장단콩기름과 비누로 눈길을 끌었다.

홍 대표는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프로그램에서 기억에 남는 참여자로 향기 브랜드를 운영하는 김진보씨를 꼽았다. 김씨는 케이스 스터디 과정에서 알게 된 제주 지역 로컬 브랜드의 대표와 연락해 협업으로 컬러와 조향 클래스를 열었다. 홍 대표는 “빠른 실행력으로 최종 보고회 때 클래스 시연을 보여줘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어반플레이는 올해 진행한 프로그램을 보완해 다음에는 한두 지역에 집중해, 지역 기반의 테스트베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참여자들이 취·창업 의지를 이어갈 수 있게 지원사업 연계도 곁들일 생각이다. 홍 대표는 “참여자들이 로컬 활동을 좀 더 깊게 해보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했다.

창업 10년째를 맞은 홍 대표는 그동안 연희동을 ‘가보고 싶은’ 동네로 만드는 활동을 이어왔다. 창업 초기에는 로컬 미디어 기업으로 지역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2015년 한때 유리공장으로 쓰였던 300여 평의 창고 건물을 10년 임대해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을 만들었다. 지하엔 전시 공간, 1층엔 공연장과 카페, 2~3층엔 코워킹 스페이스로 꾸몄다. 한 해 1천여 명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모이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이뤄지면서 재밌는 공간이 됐다. 회사도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매니지먼트 기업으로 발전해왔다.

어반플레이는 2019년 ‘로컬 전성시대, 로컬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도시의 미래’라는 책자를 펴냈다. 홍 대표는 “로컬은 유행이 아닌 의식이 바뀌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본다”며 “소비나 일 문화 등을 바꿔가는 단계로 미래의 방향성이다”라고 말했다. 1세대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더 많은 청년이 로컬에 관심을 갖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그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좀 더 자유롭게 자신들의 콘텐츠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 동네 곳곳이 매력적인 콘텐츠로 지속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