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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같은 현장 소통’ 통한 공감의 힘…“중랑의 기분 좋은 변화”
중랑구, 구청장과 주민 잇는 소통창구 ‘중랑마실’ 5년 동안 200회 열어
참여 주민 6772명의 건의 1천여 건 중 87% 처리, 누리집에 결과 공개
등록 : 2023-11-16 14:50
생활불편, 교육환경 개선, 숙원사업 등 해결에 큰 역할
주제 정해, 평균 20여 명 현장에 모여
이야기 나누며 문제 해결 실마리 찾아
경청·즉답·피드백에 주민 만족도 높아
“체육관이 오래돼 애들이 이용하기 어렵다고 해요. 도서관처럼 체육관도 빨리 고쳐줬으면 좋겠어요.”
중랑마실에서 안지영 신현중 학교운영위원장이 구청장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지난 1일 오전 상봉동 신현중 도서관에서 ‘200회중랑마실’이 열렸다. 중랑마실은 2018년 10월부터 이어져온 중랑구의 대표 소통 창구다. 구청장이 현장을 찾아 주제 한 가지로 주민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아간다. 월평균 2~3회씩 열린 중랑마실에 5년 동안 주민 6772명이 참여했고, 주민들이 건의한 1천여 건 중 87% 정도가 처리됐다.
200회 중랑마실에는 학부모 10여 명과 학교장, 교직원 그리고 구청 교육지원과장 등10여 명, 모두 2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에 앞서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학부모들이 ‘200회 중랑마실’을 축하하는 꽃다발과 케이크를 준비해 류 구청장에게 전했다. 중랑의 상징인 배꽃 데커레이션이 있는 케이크의 촛불을 끄면서 류 구청장은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간담회는 1시간여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체육관, 화장실 등 환경 개선과 동아리 활동 지원, 학원가 주변 치안 등을 건의했다. 체육관 개축을 위한 서울시교육청 타당성 심의에 필요한 설계에 2천만원의 예산이 든다는 학교장의 설명을 듣고 류 구청장은 “저희가 (설계비를)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배석한 교육지원과장에게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도 바로 확인했다. 화장실 환경 개선은 교육청 사업에 포함되도록 지역 교육지청과 협의하며 긴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은 구가 지원하기로 했다. 방정환교육지원센터가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고, 학교 동아리 활동 지원은 내년 교육경비가 120억원으로 늘면 포함하기로 약속했다. 류 구청장은 교육 관련 예산의 종류와 구청이 할 수 있는 역할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도 틈틈이 곁들였다.
중랑마실은 류경기 구청장이 첫 임기 시작 때 만들었다. 32년의 서울시 공직 경험을 살려 소통을 구민의 행복을 여는 열쇠로 삼은 류 구청장은 진솔한 구민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을 마련했다. 동네 마실 가듯 이곳저곳을 들러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눴으면 하는 뜻에서 ‘중랑마실’이라 이름 지었다. 그는 “오랜 공직생활에서 ‘현장에 답이 있고, 아픈 곳이 바로 중심’이라는 것을 배웠으며, 소통 없는 행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운영 방식은 구민이 행정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능한 한 가지 주제를 정한 뒤 20여 명 소규모로 현장에서 운영해, 참여자들이 익숙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구청장이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진행한다. 류 구청장은 “소통의 비결은 경청과 공감에 있기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 한다”며 “경청에 즉답과 피드백을 더한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운영해왔다”고 했다.
5년 동안 이어진 중랑마실은 지역 곳곳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불편, 화랑마을 경로당 기부채납, 망우역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방음벽 설치 등 숙원사항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 지역 상인과 상권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상봉동 먹자골목, 사가정 젊음의 거리, 태릉시장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시장상인회와 자영업자, 청년 창업가, 패션 봉제 업체 등 다양한 지역 경제 주체들의 애로사항을 지역 경제 정책에 반영했다. 류 구청장은 “현장이 바뀌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으로 시간을 내 참석하고 의견을 내준 주민들 덕분이다”라고 했다.
특히 교육 분야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중랑마실의 첫 회(상봉초), 100회(상봉중), 200회(신현중) 모두 학교 교육 현장에서 진행됐다.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통해 교육 경비를 서울 자치구 2위 규모로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노후시설 보수, 도서관 신설, 통학로 폐회로티브이(CCTV) 확충, 과속방지턱 설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200회 중랑마실 마무리에서 류 구청장은 “우리 아이들이 지역 안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며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구청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 12월에 펴낸 <중랑마실 백서>에 실린 주민 반응에는 교육 여건 변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신내동의 한 주민은 “중랑에서는 중학교 이후로는 교육이 안 된다는 편견을 깼다”며 “10여 년째 살면서 숲과 도서관, 좋은 시설의 놀이터가 많아 아이들 키우기 정말 좋았다”고 했다.
큰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방정환교육지원센터의 수준 높은 무료 입시 지원 서비스를 이용했고, 컨설팅부터 자기소개서 첨삭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 사는 친척들이 무척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중랑마실 연간 일정은 연초 사업 계획과 연계해 대략 정해진다. 주민 의견을 들어야하거나, 주민에게 설명해야 할 사업들 중심으로 담당 부서가 운영 계획을 세운다. 민원관리팀에서는 부서들의 계획을 모아 조율한다. 10명 이상의 주민이 누리집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일정을 잡아 추진한다. 유정상 감사담당관 민원팀장은 “1년 계획을 기본적으로 짜놓고 지역 현안이 발생했을 때 융통성 있게 현장을 방문한다”며 “형식보다는 참여 대상자와 다룰 주제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동안 개최된 중랑마실을 주제별로 보면 복지, 도시, 교육, 경제, 행정 등이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졌다. 복지와 도시 분야가 각 37회와 36회로 많고, 경제가 34회, 교육·행정이 33회로 뒤를 잇는다. 교통과 청소는 10여회, 문화체육과 보건은 4~6회다.
문제 해결에 대한 행정의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대화했더니 문제가 해결되는구나’ 하는 믿음이 생길 수 있게, 현장에서 가급적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주제 관련 부서장과 담당자가 배석하는 게 원칙이다. 여러 부서가 같이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9월에는 중랑창업지원센터에서 197회 중랑마실이 청년창업가와의 만남으로 진행됐다. 창업가들의 사업분야가 폭넓어 기업 지원과와 함께 도시계획과, 보건소 등의 관련 부서도 참여했다. 한 참여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후기에서 ‘일사천리로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소제목 글에 “꽤 민감한 주제도 있었는데, 구청에서 가급적 해결해주려 노력하시는 게 정말 많이 느껴졌다”며 “내 고민도 거의 다 해결해주셨다”고 적었다.
처리하기 어려운 일에는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면목천변과 면목유수지에 오래전부터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 있는데, 노후화한 시설 문제와 함께 인근 주민들로부터는 흡연, 음주, 고성 등의 민원이 있었다. 중랑구는 올해 4월과 7월에 중랑마실을 진행해 냉난방기와 바둑판 등을 갖춘 파고라(서양식 정자)를 설치하는 동시에 어르신들이 자율적으로 관리를 잘해주겠다는 협조를 끌어냈다.
건의 내용, 처리 과정과 결과는 구청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일주일 안으로 건의한 주민에게 연락해 답변을 준다. 상·하반기마다 건의 사항 추진 현황에 대해 점검도 한다. 유정상 민원팀장은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건의사항은 그날 처리하고, 시일이 소요되는 일은 처리되는 과정을 모두 공유하며 빠르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중랑마실 백서>에는 개선점에 대한 의견도 담겼다. 한 주민은 “중랑마실에 대해 들어봐 참여하고 싶은데 많은 사람이 방법을 모른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요청했다. 지속적이고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운영을 바라는 주민은 “지역의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류 구청장은 “중랑마실의 운영은 가능한한 많은 모임, 다양한 요구가 있는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며 “주민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중랑마실은 2018년 10월부터 이어져온 중랑구의 대표 소통 창구다. 류경기 구청장이 첫 임기 시작 때 동네 마실 가듯 이곳저곳 찾아 구민들과 얘기 나누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자리로 만들었다. 1일 오전 신현중 도서관에서 열린 200회에서 참여 학부모들이 류경기 구청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간담회는 1시간여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체육관, 화장실 등 환경 개선과 동아리 활동 지원, 학원가 주변 치안 등을 건의했다. 체육관 개축을 위한 서울시교육청 타당성 심의에 필요한 설계에 2천만원의 예산이 든다는 학교장의 설명을 듣고 류 구청장은 “저희가 (설계비를)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배석한 교육지원과장에게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도 바로 확인했다. 화장실 환경 개선은 교육청 사업에 포함되도록 지역 교육지청과 협의하며 긴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은 구가 지원하기로 했다. 방정환교육지원센터가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고, 학교 동아리 활동 지원은 내년 교육경비가 120억원으로 늘면 포함하기로 약속했다. 류 구청장은 교육 관련 예산의 종류와 구청이 할 수 있는 역할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도 틈틈이 곁들였다.
18회(2019년 3월21일)에선 육아하는 엄마들 20여 명이 면목3, 8동 보건분소 아이맘플러스센터에서 류 구청장과 얘기를 나눴다. 중랑구 제공
104회(2022년 3월29일)엔 다보어패럴 등 패션봉제업체 5곳의 종사자 30여 명이 참여했다. 중랑구 제공
67회(2021년 4월22일)엔 태릉시장 특화거리 조성을 주제로 소상공인 28명이 함께했다. 중랑구 제공
지난 9월18일 중랑창업지원센터에서 열린 197회에는 청년창업인 20여 명이 참여해 류경기 구청장에게 건의 내용을 전달했다. 중랑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