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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5년 만에 매출 8배 늘었죠”
은평구 청년창업 지원받은 은평닭곰탕 주인 최수미씨
등록 : 2023-11-16 14:59
은평구 역촌동 은평닭곰탕 주인 최수미씨가 9일 닭곰탕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유학원에서 상담 컨설팅 일을 하던 최씨는 말주변이 좋았다. “나는 마케팅 경험이 있고 당신은 요리 실력이 있으니 힘을 합치면 적은 자본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결국 최씨는 남편을 설득해 청년 창업 점포를 시작했다. 남편은 조건이 있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두 가지 일을 같이 하기로 했다. 남편은 크게 실패를 경험한 터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음식 종류를 정하기 전에 주위 시장 조사를 했다. 겨울인데다 바로 옆 건물 공사를 하고 있었다.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탕 종류를 찾을 것 같았다. 주위에 설렁탕, 육개장, 돼지고기 백반 등을 하는 가게는 있는데 닭곰탕집은 없었다. 최씨는 10월께 창업 교육을 받은 뒤 2018년 12월10일 은평닭곰탕을 세상에 내놨다. 그때부터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남편은 새벽 3시에 가게에 나와 아침 8시까지 음식 준비를 마치고 출근했다. 나머지는 일은 최씨 몫이었다. “처음에는 제가 ‘삐끼 아줌마’ 역할을 많이 했죠.” 최씨는 시작할 때부터 ‘닭곰탕 4500원, 맛없으면 돈 안 받는다’고 쓴 손간판을 들고 응암역과 불광천 산책길을 돌아다니면서 은평닭곰탕을 알렸다. “시위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어요. 그러면서 한두 명씩 손님이 왔죠. 저녁에는 불쌍하다고 여겼는지, 친구들 데리고 오는 손님도 있었죠.” 최씨는 “명함도 만들어 자동차 와이퍼에 꽂아놓기도 했다”며 “그렇게 3년 동안 발품을 팔았더니 단골이 20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나중에는 손님들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최씨는 “독립 점포를 낸 뒤에도 단골이 더 늘어났다”며 “동네 분들이 많고, 20~30대가 찾거나 커플끼리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씨는 2020년 5500원이던 닭곰탕 가격을 2021년 독립 점포를 내면서 6천원, 2022년 7천원, 올해 들어 8천원으로 올리려다가 9천원으로 올렸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닭고기양이 2배나 들어가요. 2인분 시키면 성인 4명이 먹을 정도죠.” 최씨는 “저렴하게 팔다보니 적자가 심해졌다”고 했다. “물가가 오르니 재료 원가가 날로 높아졌어요. 이대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싸게 팔다보니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나지 않았어요. 어차피 수익이 나지 않아 문 닫으나 손님이 오지 않아 문 닫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했죠.” 최씨는 “지금까지 싼 가격에 푸짐하게 내놨으니, 손님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며 “다행히도 손님들이 여전히 잘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365일 중에서 100일은 퇴근한 뒤 울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옷을 걷어보면 새까매져 있어요. 손과 허리가 아프고, 이틀에 한 번씩 다리가 저려요. 저는 길면 30분, 남편은 2시간 동안 다리가 아플 때도 있죠.” 최씨는 “하루 종일 왔다 갔다 움직여야 하고 닭곰탕을 만들려면 아침 7시부터 나와 닭을 삶아 일일이 찢는 일이 무척 힘들다”고 했다. “깊은 육수 맛, 정직과 성실함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최씨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손님들한테 인정받는 진짜 이유는 아프거나 화가 나거나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꾀부리지 않고 성실하고 한결같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씨와 남편은 이제 은평닭곰탕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10월23일 우편물이 와서 열어보니 블루리본 스티커가 들어 있었어요.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은평닭곰탕은 맛집 안내서를 내는 블루리본 서베이가 인정하는 맛집이 됐다. 최씨는 블루리본 스티커를 자랑스럽게 현관문에 붙여놨다. 최씨는 청년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기를 권했다. 은평구는 2017년부터 청년들이 창업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청년 창업 점포를 지원하고 있다.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보증금 전액,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일부, 컨설팅, 멘토링, 홍보 등을 지원한다. 최씨는 “혼자 창업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며 “혼자 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도 줄고 성공 확률은 훨씬 높다”고 했다. “은평구에서 아이도 낳고 이렇게 음식점도 하고 있어요.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하면 안 되겠죠.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죠.” 틈틈이 봉사활동도 해온 최씨는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음식 봉사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