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다이어트’ 검증법

등록 : 2023-11-16 16:24

“유행하는 다이어트의 상당수는 헛소리다.”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영양사인 조슈아 월리치가 저서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장혜인 옮김, 눌와 펴냄)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이다.

사실 우리는 현재 ‘건강밥상’에 대한 너무나도 많은 주장에 둘러싸여 있다.

‘탄수화물이 살찌우는 주범이니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설탕은 후천성 당뇨병을 유발한다. 암을 이겨내주는 식단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수백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브가 하는 말이나 너무도 익숙한 식단·식품 통념일지라도 좀더 정확한 검증 과정을 거친 뒤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헛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대표적인 다이어트 방식으로 꼽히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살펴보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유행은 빅토리아 왕실 가족의 장례식을 맡았던 영국 중상류층 장의사인 윌리엄 밴팅이 소책자를 쓴 18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뚱뚱한 몸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다”며 늘 먹던 빵과 버터, 고기, 맥주, 페이스트리, 감자 대신 의사가 추천한 살코기, 생선, 녹색 채소, 과일, 포도주로 식단을 바꾸었다. 감자나 설탕은 절대 금지였다. 밴팅은 식단을 바꾼 지 며칠 만에 기분이 나아지고 잠도 잘 자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는 2017년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와 저지방 다이어트의 체중감량 효과를 비교한 논문 32건을 살펴본 결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체지방 감소와 일일 에너지 소비에서 의미 있는 이점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방에서 얻는 여분의 칼로리도 탄수화물에서 얻는 여분의 칼로리만큼 효과적으로 지방 조직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밴팅이 경험한 효과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밴팅이 아마도 전분과 당을 너무 많이 먹었거나, 일부 음식을 너무 부족하게 먹은 게 아닌가 추정한다.

저자는 이렇게 애초에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 식품을 바꾸는 것은 효과가 있지만, 식품이 약처럼 극적인 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지방의 유해성, 간헐적 단식, 채식과 육식, 음식과 암 치료 등에 대한 통념과 진실을 살펴본다.

저자는 “이렇게 통념과 오류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과 많은 건강서를 통해서도 갖지 못했던, 식품·식단 건강정보를 보는 눈을 함께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