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어르신 일자리 지방정부가 앞서 뛴다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 성북구 공동작업장 등 “복지에서 자립으로”를 목표로 어르신 일자리 창출
등록 : 2017-01-13 10:18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 소속 어르신 다섯 분이 지난 4일, 동작구 문화복지센터 안 주차장 통로를 물청소하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휴게실에서 어르신들이 쉬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2016년 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매출은 13억4500만원이다. 퇴직급여를 포함한 직원 인건비가 13억1500만원이어서 올해 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출범 첫해인 2016년 손익은 적자지만, 회사가 창출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따지면 10억원 가까이 된다. 사업 영역을 아이 돌보미 등으로 확대해 사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 것”이라며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성동구도 지속가능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래일자리주식회사’를 설립하려 준비 중이다. 지난해 관련 조례를 공포하고 출자금 2억4000만원을 올해 본예산에 편성하는 등, 5월 설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만두, 찐빵 등 어르신의 손맛을 살려 식품을 제조·판매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등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업종을 주요 사업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사업 수익금은 어르신 복지와 지역발전을 위해 쓸 예정이다. 의지도 강하고 생산성도 기대 이상 지역의 마을기업과 청년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단위가 지방정부와 손잡고 어르신 일자리 제공에 나서기도 한다. 성북구의 어르신 공동작업장의 경우다. 2013년 9월 석관동에 1호점을 열면서 시작된 성북구 어르신 공동작업장은 지난해 9월 4호점까지 확장했다. 공간은 구가 제공하고 운영은 어르신 복지를 담당해온 기관이, 일자리는 기업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공동작업장 4호점은 길음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사용빈도가 준 대동경로당을 고쳐 만들었다. ‘실버그린이’라는 명칭을 얻은 어르신 30명이 일을 하고 운영은 어르신 마을 택배 사업을 경험한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이 맡았다. 일거리는 청년 기업 ‘밈’이 제공하는 친환경농산물 소분을 통한 한박스 사업, 이새fnc가 제공하는 쿠키를 비롯한 친환경 먹거리 제조 등이다. 성북구마을부엌협동조합, 마을기업 ‘키득키득’ 등도 일거리를 제공한다. 청년기업 ‘밈’의 이종근 대표는 “처음에는 기대가 높지 않았어요. 막상 일을 시작하니 할머니들의 의지도 높았고 생산성도 매우 높아요”라며 어르신들의 열정이 청년들에 비해 높으면 높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이 대표는 성북구 공동작업장과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강서, 성동, 양천, 송파, 강동 5개 자치구로 공동작업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 박 대표는 “어르신 일자리를 다양화하고 많이 만들려면 어르신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라고 힘주어 말한다. 어르신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는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담을 더는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