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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일자리 정책 지역특수성 반영해야

등록 : 2017-01-13 10:20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라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7.3명으로, 오이시디 평균 12명의 2.3배다. 노인 자살률은 더 참혹해,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의 두배에 이른다. 노인의 자살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귀결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5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06년 649만명에서 2016년 1008만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그럼에도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어르신 일자리 예산은 4175억1900만원이다. 지난해 3823억4900만원에서 9.2% 늘었지만, 어르신 일자리 1개당 지원 예산은 91만2527원에서 95만5421원으로 4.7% 늘었을 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산한 은퇴 후 부부에게 필요한 최저생활비 월 159만9100원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금액이다.

정부가 급여를 올리는 대신 근무 기간을 줄이는 등 일자리당 단가를 고정시키고 있어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지방정부가 어르신 일자리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과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데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라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르신 일자리 예산과 사업을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게 필요하다. 서울시의 65세 이상 어르신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5년 기준 26.7%로 전국 평균 31.3%보다 낮다. 농어촌 지역이나 공단 밀집지역 등 어르신 일자리가 많은 지역들까지 감안하면 참가율은 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지역마다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반영해 어르신 일자리 정책을 지방정부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높고 주거비용도 많이 든다. 때문에 어르신 일자리 보수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정해져야 한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중앙정부 사업에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매칭사업이다. 서울시는 다른 지방정부보다 매칭 비율이 높아, 같은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하더라도 예산 부담이 크다. 서울시 어르신 일자리 예산은 2011년 327억4700만원에서 2017년 801억7300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자체 사업에 70%, 25개 자치구 일자리 사업에 30%를 감당해야 한다(매칭 비율은 국비 30%, 시비35%, 구비 35%다). 이를 포함하면 2016년 서울시가 부담한 어르신 일자리 예산은 총 1081억원이 넘는다.

복지국가들은 시민들이 은퇴하면 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정부나 기업에서 받는 수입)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르신 가구의 소득 구성을 보면, 노령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 비중은 16.3%에 그쳐, 오이시디 평균 58.6%에 3분의 1도 안 된다. 공적연금을 당장 늘리기 어렵다면, 어르신 일자리의 양과 질이라도 확대해야 한다.

어르신 일자리 지원단가를 2016년을 기준으로 2배 늘리려면 10년 뒤인 2027년에는 4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예산이 투입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지방정부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역할을 지원으로 바꿔야 할 때이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