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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가정-지역사회 통합지원’으로 청소년 웃음 되찾아주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여성가족부 종합평가 최우수 센터 선정
2017년 B등급, 2020년 A등급에 이어 올해 평가에서 S등급 받아

등록 : 2023-11-23 14:52 수정 : 2023-11-23 14:53
“위기 청소년이 기댈 수 있는 환경 계속 만들어가야죠”

2020년부터 위기 청소년 자체 조사

실태 파악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통합사례 지원 체계 더욱 활성화할 것”

금천구 시흥2동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직원들이 지난 14일 센터 건물 내 쉼터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 10월 여성가족부 종합평가에서 S등급을 받아 최우수 센터로 선정됐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2021년 1월, 김영수(가명·당시 17살)군이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 김군은 우울, 불안, 공황장애, 감정조절장애 등 정신질환과 당뇨, 간질환, 대장증후군 등 신체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관계도 좋지 않아 학교에 가지 않고 은둔 생활을 했다. 김군의 가정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아버지는 수감 중이고 어머니는 강박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집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야 했다. 경제 사정도 어려워 기초생활수급비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 안전망’을 적극 가동했다. 우선 김군의 정서 안정과 신체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힘썼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54차례 ‘청소년 동반자’ 상담을 진행하고,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8차례 병원 치료비도 지원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집 안 쓰레기를 치우는 등 주거 환경 개선에도 나섰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와 연계해 또래 관계와 가정 밖 활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던 김군은 2022년부터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자립 교육도 받았다.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참여한 김군은 2022년 5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소통의 장인 온라인 꿈드림 축제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김군은 꾸준한 멘토링과 학습 지원을 받아 2023년 상반기에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으로 김군은 이제 애니메이션 성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김군이 삶의 의욕을 되찾은 데는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4일 금천구 시흥2동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만난 김미정 센터장은 “금천구는 위기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 당사자는 물론 가정과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통합 지원 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위기 청소년 사례에 맞춘 통합 지원으로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2004년 개소한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금천구 내 위기에 처한 청소년(9~23살)이나 위기에 처할 위험이 있는 청소년을 위한 전문 상담기관이다. 우울, 불안, 극단적 선택, 아동학대, 학교폭력, 성폭력, 인터넷중독, 은둔형 외톨이, 학교나 법 기관의 징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상담·예방 사업, 찾아가는 상담과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는 ‘청소년 동반자’ 사업, 마을·청소년·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함께 성장’ 특화사업, 그리고 지역 내 다양한 조직이 참여하는 통합 지원 체계인 청소년 안전망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는 청소년 학교폭력 및 위기 실태 조사와 연구로 금천구 청소년의 특성과 요구에 맞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안전망과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협의체가 잘 만들어져 있다. 청소년 안전망에는 구 내 27개 기관, 학교 밖 청소년 협의체에는 1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이를 조직화하고 실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이버 폭력이 문제가 됐습니다.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죠.”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020년 ‘금천구 학교폭력 및 청소년 위기 실태 조사’를 처음 실시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금천구 위기 청소년 비율은 18.7%로 서울시 위기 청소년 비율 16.7%보다 높았다. 위기 청소년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금천구가 7.9%로 다른 서울 자치구 평균 3.2%에 비해 배 이상 높아 경제적으로도 취약했다. 김 센터장은 “청소년의 정서적 지원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사회의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위기에 노출된 아이들은 가정환경이 더 열악했다”고 설명했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020년 이후 청소년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와 가정, 지역사회의 보호 역량을 높이는 ‘우리 금천 함께 성장 프로젝트’에 더욱더 힘을 쏟았다. “금천구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으자는 거죠. 함께 키우자는 겁니다.”

김미정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 지난 14일 센터 사무실에서 센터 관련 소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극단 선택이나 자해 예방 교육, 또래 상담, 트라우마 마음돌봄 지원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족에게는 찾아가는 부모 상담, 가족 캠프, 부모 교육 등을 하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전문성 강화 등 다양한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소년이 상태가 좋아져도 부모가 계속 학대하거나 방임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뿐만 아니라 부모도 아이 때문에 많이 지치고 막막함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죠.” 김 센터장은 “그래서 부모도 바뀌어야 한다”며 “센터로 찾아오기 힘든 부모를 위해 직접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금천구는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저연령화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2019년부터 ‘너와 나의 금천구 청소년 폭력 안전 울타리’ 사업을 시작했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진단-신고-구조·개입-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청소년 폭력안전 온’을 2021년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학교폭력 위기 학급에 개입해 갈등을 해소하고 폭력 확산을 방지하는 프로그램 ‘하랑’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 10월 초 여성가족부 종합평가에서 S등급을 받아 최우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선정됐다. 종합평가는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하기 위해 230여 곳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한다. 금천구는 2017년 B등급, 2020년 A등급에 이어 올해 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위기 청소년 지원 기반 조성, 사업 기반, 운영 성과와 사례 등 모든 영역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특히 학교폭력 예방-긴급 대응-사후 관리 등으로 이어지는 문제 해결 체계를 갖춘 ‘너와 나의 금천구 청소년 폭력 안전 울타리 사업’과 청소년 지킴이를 양성하는 ‘우리 금천 함께 성장 프로젝트’로 센터 운영사례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감사한 마음이 먼저입니다. 그동안 직원들이 너무 많이 고생한 걸 알고 있어요. 직원들 얼굴이 떠올라 벅차죠. 지역 청소년이 우리를 믿고 센터를 찾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믿고 보내준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역 내 여러 기관이 협력해 이런 성과를 내 더욱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센터장은 “지역 내 위기 청소년들의 특징을 분석하려고 꾸준히 노력해온 것과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 3월 다시 실태 조사를 했다. “코로나19 이후 전면등교를 하면서 언어나 신체 폭력이 다시 증가하고 있어요.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의 말투가 거칠어졌습니다. 서로 무시하고 괴롭히는 게 문화 현상이 됐습니다.” 김 센터장은 “이번 실태 조사 결과, 앞으로 비폭력 정착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올해는 자해나 극단적 충동을 호소하는 상담 사례가 늘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실컷 울고 나면 웃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속 시원하게 울 수 있는 환경, 힘든 게 무엇인지 말하고 기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가정과 지역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가져주면 분명히 변합니다.” 김 센터장은 “지역 내에서 아이들을 품어주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통합사례 지원체계를 내년에 더욱 활성화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