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미래세대, ‘전통 놀이·음식·예법’ 즐기길”
노원전통문화체험관 ‘다완재’의 첫 관장 이희병 전통무용가
등록 : 2023-11-23 14:56 수정 : 2023-11-23 14:58
지난 15일 이희병 노원전통문화체험관 관장이 체험전 입구에 설치한 장승과 솟대 앞에서 전통춤을 추는 자세
를 하고 있다. 그는 더 다양한 참여자들이 전통문화를 폭넓게 접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확대해가길 바란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다완재는 방문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 전통미를 살린 현대적 감각으로 시설을 꾸몄다. 높은 층고에 천장 한가운데는 유리로 자연채광이 이뤄진다. 체험관 입구 오른쪽엔 시골 마을 어귀에 있을 법한 장승과 솟대가 방문자를 맞는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서까래, 기와편, 돌담의 디자인을 살려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중앙의 놀이마당을 두고 오른편 시계 방향으로 다례실, 예절실, 조리체험실이 차례로 자리한다. 다례실 옆 툇마루의 넓은 유리창 밖으로 불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차 한 잔 앞에 두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다. 주민 공모로 붙여진 별칭 ‘다완재’에 공간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완재 시범 프로그램 기획에서 그가 가장 중점을 뒀던 점은 미래세대가 전통문화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게 전통적인 형식을 고집하기보다는 현대화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전통 투호와 국궁, 서양 다트의 장점을 혼합한 한궁을 체험하고, 예법에서도 큰절보다는 45도로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치며, 존대어를 바르게 쓸 수 있게 알려준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전통 떡 만들기, 전통놀이 체험, 전통주 만들기 세 가지다. 공고 하루 만에 12월까지 참가자 모집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성인 10여 명이 막걸리를 빚고 시음해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에서는 단체로 참여해 찹쌀떡, 인절미 등을 만들고 고누놀이·강강술래 등을 체험한다. 이 관장이 직접 전통놀이 수업을 하며 예절교육도 곁들인다. 아이들은 옥빛 도포를 입고 고름도 매어보고 책상다리도 해본다. 그는 “고누놀이, 강강술래 등을 의외로 재미있어한다”며 “핸드폰과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전통놀이 문화로 끌어들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전통주 만들기 과정도 호응도가 높다. 4주 과정 중 이날 세 번째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더덕주 빚기가 한창이었다. 다음 마지막 시간에는 맛있는 술이 완성될 예정이다. 이 관장은 “성인과 아이들 모두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기대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완재는 연말까지 설비나 기구 등을 점검하고 보완해 내년부터 정식으로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원구가 직영하며 시설도 구비로 조성했고 운영비도 구비로 충당된다. 다만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프로그램 확대에 제약이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 관장은 “예산 범위에서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려 애쓰고 있다”며 “더 다양한 참여자들이 전통 결혼식, 전통 요리(김장, 장류, 사찰음식 등) 등 더 다양한 체험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무용학 박사인 이 관장은 전통무용 이론가로서 꾸준히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조선조 궁중무용사> 등 학술 저서 7권을 펴냈고 ‘조선 시대 정재의 악정에 관한 연구’ 등 논문 50여 편을 썼다. 2009년 처용무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그는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발간에 참여한 <처용무보>가 영문으로 번역돼 등재에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 무용 이론을 더 발굴해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우리 것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