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한국형 신파극’의 가상적 수출 과정에서 보여주는 웃음과 눈물의 역설

신파의 세기(~12월17일)

등록 : 2023-11-30 17:13

돈이 많은 신생국가가 급하게 나라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타국으로부터 문화콘텐츠를 도입한다면, 우리나라는 무얼 팔 수 있을까?

‘신파의 세기’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정진새는 한국의 고유한 극 문화인 신파를 내세운다. 가상의 중앙아시아 신생 자립국 ‘치르치르스탄’의 국민문화진흥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시 가상의 한국 국립현대극장 미스터 케이가 입찰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이 공연의 뼈대다.

우수한 해외 대중문화를 나라의 정체성으로 도입해 30년을 지속하는 30억달러프로젝트 입찰 경쟁에서, 한국의 고유한 극 문화인 신파가 해외에서 도입 검토된다. 이야기는 실제와 가상의 현실이 뒤섞이는 장면 전환과 더불어, 정진새 연출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제시한다. 배우 김준우, 전선우, 최솔희, 유다예, 김빛나, 심효민, 준불 베튤 등이 각각 미스터케이, 치르치르스탄 공주들, 수행비서, 현지인 배우 등을 연기한다.

특히 입찰 과정의 시연이라는 설정 속에서 극중극 형식으로 나타나는 신파극이 이번 공연의 묘미다. 현지인 역을 맡은 베튤은 외국인 모습으로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정통 신파를 재현한다. 젊은 현세대 배우의 몸을 통해 자유롭게 연기되는 변형된 전통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극에서 사용되는 ‘케이(K)신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풍자와 아이러니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신파극을 연기하는 삼인조의 삶이 신파극보다 더 슬픈 현실이 그렇다.

정진새 연출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한국 연극 100년사와 현재의 케이팝까지 다양한 시간을 이번 공연에 녹여냈다. 정 연출은 평소 공상과학(SF)극과 어린이극, 생태연극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고 있으며,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과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파의 세기’는 대학로극장 쿼드 개관 전부터 작품개발 리서치, 워크숍, 제작, 발표까지 2년 이상 자체 제작 과정을 거쳤다. 한편 배리어프리회차는 15일(금)부터 17일(일)까지 3일간 운영된다.

장소: 종로구 동숭길 122 대학로극장 쿼드 시간: 화~금 저녁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관람료: 4만원 문의: 1577-0369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대리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