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우선 남편과 공동전선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금전적 부담 주는 시어머니 때문에 골머리 앓는 며느리 “언제까지 참야야”
등록 : 2017-02-02 15:37 수정 : 2017-02-02 15:38
제가 만약 부모 입장이라면 ‘아들아, 여행 경비도 많이 썼는데 또 무슨 돈을 쓰려고 그러니? 나 필요 없다’ 할 거 같습니다. 한 푼이라도 자식새끼 주려고 노심초사하시는 우리 친정부모와는 너무도 다른 그림이라 난 이 그림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엄마는 백화점 구석 세일 코너에서 비싸지도 않은 가방을 만지작거리고 사지도 못하고 돌아섭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롯데 본점 ‘루이비통’에서 색깔만 다른 가방 두 개를 덜컥 사들고 오십니다. 통장에 돈이 없고 다음 달 카드값 전전긍긍하시는 분이…. 이건 모두가 팩트. 시어머니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어머니 그게 사고 싶으셨어요? 마음껏 사세요. 다 사드릴게요’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니냐는. ‘내가 군소리 없이 다 받아들이고 원하시는 걸 다 해드려야 하는 걸까? 우리는? 나는? 죽어라 아끼고 저축해서 시어머니 백화점 카드값 내드려야 하는 걸까? 난 동대문시장에서 옷 사입고 어머니는 명품관에서 아들이 사주는 옷을 입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요? 성현순 A) 성현순 님의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르시시스트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우월하고 특별하다고 느끼길 원하지요. 당신의 시어머니는 친구들 사이에선 돈 잘 버는 효자 자식을 둔 부러운 마나님으로 우쭐한 기분을 느낄 거고, 또 집안에선 자식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권위를 확인할 겁니다. 아들을 사이에 둔 고부간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즐거움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의외로 나르시시즘 부모가 많습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압도하고 늘 그들의 존경과 찬탄을 받고 싶어하는 부모도 나르시시스트에 속하지만,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자식의 시간과 돈을 착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과 착취의 심리>를 쓴 샌디 호치키스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합니다. 공공연한 나르시시스트의 뒤에는 ‘감춰진 나르시시스트’들이 있다는 거지요. 감춰진 나르시시스트들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바람을 잔뜩 불어넣어 그를 나르시시스트로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위대성과 전능성을 만끽한다는 겁니다. 감춰진 나르시시스트의 또 다른 의미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나르시시스트일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의 남편과 그의 형제자매와 배우자들은요? 혹시 그녀의 나르시시즘을 부추긴 감춰진 나르시시스트들은 아니었나요? 부모님이 원하신다면, 그까짓 거, 즐거우셨다니 좋네요, 부모님께 정성을 다하는 건 당연한 도리지요, 하면서 거짓 미소로 부모님의 허영심을 부추기진 않았습니까? 그렇지 않고서는 그토록 시어머니가 당당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효로 가장된 그 거짓 미소와 거짓말을 멈춰야 합니다. 거짓 미소와 거짓말은 증오와 경멸을 낳습니다. 거짓 찬사를 보낸 상대를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증오가 깊어지면 솔직하고 담백한 의사 표명이 어려워집니다. 미움을 억누르기 위해 애쓰느라,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진실을 말할 힘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며느리 혼자 시부모의 뜻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제까지 시부모에게 착한 며느리였다면 더더욱이요. 그렇다면 남편을 잘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자신과 한목소리를 내달라고 요구하세요. 남편에게 당신 집안은 왜 그래, 하면서 화풀이하지 마시고, 시부모에게 드릴 돈의 한계를 정해서 가계지출을 예측 가능하게 하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자신의 욕구를 말하는 데 당당하세요.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미워하고 싸워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시어머니의 욕구와 똑같이 당신의 감정과 욕구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인다면 성현순 님이 친정엄마처럼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는 미래를 위해서, 나보다는 자식을 위해서 사는 삶은 자칫 당신의 욕구를 희생시킬 수 있습니다. 내면의 희생이 커지면 그 누구를 보더라도 억울하고 원망스러울 수 있답니다.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로 사연을 보내 주세요. 글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