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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탄생 응원 도시’ 플랜 시동 속 “반값 산후조리원” 인기
지난해 11월 서울 자치구 중 최초 ‘저출생 대응 마스터플랜’ 수립
공공 산후조리원 ‘품애가득’ 개원하자 “서대문구 오래 산 게 뿌듯”
등록 : 2024-01-04 14:35
2025년부터 전국 최초 ‘터울 출산 장려금·’ ‘다자녀 개학 수당’ 지급 계획
올해 상반기 아빠육아수당 지급 예정
“이대로면 인구 감소 돌이킬 수 없어
정부 손 닿지 않는 곳 지자체가 메워야”
“민간 산후조리원은 3주에 780만원으로, 2주면 520만원인 셈이죠. 이곳에 안 올 이유가 없었어요. 이런 혜택도 받는구나 생각하니 서대문구에 오래 산 게 뿌듯해요.”
홍제동에 사는 이수경(35)씨는 2023년 12월14일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이틀 뒤 16일 서대문구 공공 산후조리원 ‘품애가득’에 입소했다. 12월28일 서대문구 북가좌동 품애가득에서 만난 이씨는 “서대문구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생긴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10월 초 신청해 당첨됐다”며 “마침 아이를 낳을 때 공공 산후조리원을 만들어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씨는 동네 근처에 예약했던 민간 산후조리원은 품애가득에 당첨되자 예약을 취소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서대문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이씨는 품애가득에서 20% 할인받아 200만원을 산후조리비용으로 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11월30일 100억원가량을 들인 공공 산후조리원 품애가득을 개원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전국에 19곳이 있는데,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다. 모든 산모가 이용할 수 있지만, 서대문구 주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만든 터라 비용을 달리 받는다. 2주(13박14일) 기준으로 서대문구 1년 미만 거주민은 250만원, 1년 이상 거주민은 20% 할인해 200만원이다. 우선 대상자인 서대문구 거주 취약계층은 50% 할인해 125만원이다. 서대문 구민이 아니면 10% 할증된 275만원을 받는다.
“요즘 지방에도 공공 산후조리원이 아니면 200만원대는 없다고 보면 돼요. 서울은 저렴한 비용대 평균가가 380만원 가까이 합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69곳으로 서울에는 114곳이 있다. 차은하 품애가득 원장은 “산모 10명 중 8명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은 지역과 서비스 내용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며 “강남 지역에는 1박에 몇백만원씩 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보니 산모들은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데 부담이 크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민간 산후조리원에 견줘 비용이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그래서 산모들 사이에 ‘반값 산후조리원’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이씨는 비용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보호, 관리받는 느낌이 들어 좋죠. 처음 왔을 때는 밤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지내보니 너무 편해요. 아기도 잘 돌봐주고 밥도 입맛에 딱 맞게 나와요.” 이씨는 “부족한 게 없어 집에 가기 싫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저출생 시대에 들어서면서 산후조리가 더는 개인 책임이 아닌 공공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임승현 서대문구보건소 지역건강과 모자보건팀 주무관은 “국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도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품애가득은 서대문구 저출생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이 출생률을 높이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민간 산후조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출산 비용을 줄이는 효과는 큽니다. 그만큼 산모나 가정의 비용 부담을 줄여줘 임신과 출산을 망설이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임 주무관은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산모들의 요구는 상당히 높다”며 “민간 산후조리원이 비용을 내리지 않는 이상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서비스를 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를 보면, 전국 출생아 수는 28만9천 명으로 2021년에 견줘 1만1천 명(4.4%)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0.59명, 서대문구는 0.61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번째다. “서대문구 2022년 출생아 수는 1363명으로 2017년보다 548명이 줄었습니다. 5년 만에 출생아 28%가 줄었죠. 태어난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은 ‘데드크로스’도 시작됐습니다. 지자체에서 하는 저출생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가지기도 하지만, 서대문구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어요.” 이가영 서대문구 가족정책과 출산다문화팀장은 “서울과 서대문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8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서울종’이라는 생물이 있다면 멸종 위기에 처할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대문구는 지난해 11월 서울 자치구 중에서 최초로 ‘지속가능한 탄생 응원 도시’를 표어로 저출생 대응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출산·양육 부담 경감, 육아 시간 보장, 주거 부담 경감, 안심돌봄 체계 마련, 인식 개선 등 5개 분야에서 16개 사업을 추진한다. 이 중에는 전국 최초로 터울 출산 장려금과 다자녀 개학 수당 지급, 통반장 아이돌보미 양성, 아이돌보미 프로 인증제 도입 등이 들어 있다. 이를 위해 2024년 신규 사업 28억여원을 포함한 93억원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473억원을 들인다.
이 팀장은 “중앙정부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거나, 1명이 있는데 더 나을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하겠다는 기조”라며 “아이가 1명인 가족이 더 낳게 하는 데 아직 정부나 서울시의 여력이 없는 것 같아서, 이런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다자녀 지원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터울 출산 장려금은 첫째 자녀 출산 이후 3년 이내에 둘째를 출산한 가정에 180만원 상당의 서대문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첫째 아이가 있는 가정이 둘째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서대문구형 다자녀 개학 수당은 둘째 이상 초등학생 자녀에게 매 학년 학기마다 10만원씩 6년간 최대 120만원을 지급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경제 부담은 느는 데 비해 정부지원금이 전혀 없어 신설했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개학 수당이나 아동 수당이 18살까지 지원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팀장은 “현금성 지원은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협의 심사가 끝나는 대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2025년께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통반장 아이돌보미 양성은 동 단위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것으로, 통반장들이 일정한 교육을 받은 뒤 긴급 아동 돌봄 등에 나선다. 서대문구형 아이돌보미 프로 인증제는 예체능 및 학습 지도가 가능하거나 교사, 보육교사, 간호사 등 전문 직종 자격증이 있는 주민을 구가 인증한 뒤 양육 공백 가정과 연결한다. 지역 주민은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할 수 있고, 아이 양육 가정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은 남성 육아 휴직자에게 최대 1년간 매월 30만원씩, 육아 시간 단축 근로 장려금은 육아 시간 사용자에게 최대 1년간 매월 20만원씩 지원한다. 애초 서울시에서 지난해 9월부터 서울형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을 했으나, 고용노동부 지원과 중복되는 문제로 지난 12월 종료됐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자체 예산으로 이르면 올해 3월께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서대문구가 탄생을 응원하고 육아휴직을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노력만으로 안 됩니다. 지역 사회와 기업이 같이 참여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저출생 정책이 완성되고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팀장은 “결혼 적령기에 있는 20~30대에 맞춘 저출생 대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그다음 세대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며 “서대문구를 조금 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든다면, 시민들이 서대문구에 와서 정착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대문구는 지난해 11월 말 북가좌동에 공공 산후조리원 ‘품애가득’을 개원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민간 산후조리원에 견줘 비용이 저렴해 산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둘째 아이를 낳은 이수경씨가 지난 12월28일 신생아실 앞에서 아기(태명 튼튼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요즘 지방에도 공공 산후조리원이 아니면 200만원대는 없다고 보면 돼요. 서울은 저렴한 비용대 평균가가 380만원 가까이 합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69곳으로 서울에는 114곳이 있다. 차은하 품애가득 원장은 “산모 10명 중 8명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은 지역과 서비스 내용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며 “강남 지역에는 1박에 몇백만원씩 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보니 산모들은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데 부담이 크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민간 산후조리원에 견줘 비용이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그래서 산모들 사이에 ‘반값 산후조리원’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이씨는 비용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보호, 관리받는 느낌이 들어 좋죠. 처음 왔을 때는 밤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지내보니 너무 편해요. 아기도 잘 돌봐주고 밥도 입맛에 딱 맞게 나와요.” 이씨는 “부족한 게 없어 집에 가기 싫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저출생 시대에 들어서면서 산후조리가 더는 개인 책임이 아닌 공공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임승현 서대문구보건소 지역건강과 모자보건팀 주무관은 “국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도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품애가득은 서대문구 저출생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이 출생률을 높이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민간 산후조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출산 비용을 줄이는 효과는 큽니다. 그만큼 산모나 가정의 비용 부담을 줄여줘 임신과 출산을 망설이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임 주무관은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산모들의 요구는 상당히 높다”며 “민간 산후조리원이 비용을 내리지 않는 이상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서비스를 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를 보면, 전국 출생아 수는 28만9천 명으로 2021년에 견줘 1만1천 명(4.4%)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0.59명, 서대문구는 0.61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번째다. “서대문구 2022년 출생아 수는 1363명으로 2017년보다 548명이 줄었습니다. 5년 만에 출생아 28%가 줄었죠. 태어난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은 ‘데드크로스’도 시작됐습니다. 지자체에서 하는 저출생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가지기도 하지만, 서대문구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어요.” 이가영 서대문구 가족정책과 출산다문화팀장은 “서울과 서대문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8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서울종’이라는 생물이 있다면 멸종 위기에 처할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구 공공 산후조리원 품애가득 입구 모습.